땅확보 어렵고 비용 비싸지만‘독도수호 아파트’ 상징성 커LH 작년 적자보고 71채 완공임대료 낮아 입주경쟁 치열
경북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 위치한 ‘울릉저동 휴먼시아’ 아파트의 모습. 단지 앞에는 냇물이 흐르고 멀리 바다가 보인다. 울릉도=황형준 기자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해 차로 10분 정도 달려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 들어서자 3, 4층짜리 건물 6개동으로 이뤄진 아파트 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총사업비 108억 원을 들여 완공한 국민임대아파트 ‘울릉저동 휴먼시아’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1982년에 세운 5층짜리 공무원임대아파트 이후 30여 년 만에 울릉도에 두 번째로 들어선 아파트다. 55∼71m² 규모 71채로 구성된 단지에는 도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놀이터, 공원 시설 등이 마련됐다.
울릉군의 주택보급률은 2009년 말 현재 77.49%로 전국 주택보급률(101.2%)에 크게 못 미친다. 섬 자체가 성인봉(해발 986m) 중심의 화산암 지형이라 나리분지를 제외하고는 평지가 거의 없는 탓이다. 또 섬 안에 건설 장비가 없어 집을 짓기도 힘들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주택이 노후했고 화장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등 구식 주거형태를 띠고 있다. 한 주민은 “산을 깎고 지어야 하는 데다 운송비 때문에 건축비가 많이 들어 집을 번듯하게 짓기 어렵다”며 “바람이 많이 불면 돌이 굴러 떨어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산비탈에 집을 짓고 산다”고 말했다.
인구가 1만325명에 불과한 울릉도에 아파트가 들어선 데는 독도의 공이 컸다.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 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을 선포한 뒤 독도 수호의 전초기지인 울릉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종호 LH 대구경북본부장은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아파트가 울릉도에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아파트를 짓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울릉도의 임대아파트는 적자를 보는 구조다. 같은 규모 아파트보다 공사비가 3배 많은 108억 원이 들었지만 71가구가 지불한 보증금은 총 9억4000만 원이고 매달 내는 임차료는 472만5000원에 불과하다. LH 관계자는 “바람과 파도로 건설장비와 자재를 실은 배가 뜨지 못할 때가 많아 공사기간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가까스로 공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인기는 매우 높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라는 인식 때문에 꺼렸지만 완공된 뒤에는 섬에 있는 호텔보다 훨씬 낫다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울릉저동휴먼시아 입주민은 보증금 810만∼1380만 원에 매달 임차료 5만5000∼9만4000원을 낸다. 김상도 관리사무소장은 “올해 10월에 다섯 가구가 집을 비우는데 문의전화가 벌써부터 오고 있다”며 “예비후보자가 100∼200명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울릉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동영상 =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섬-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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