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日과 비교해본 국내 전기차 인프라 현주소
英-아일랜드 충전시설
내년까지 1500개로 증설
가정에도 2000여개 보급
日 급속충전소
도 쿄 일대에 153개 설치
전국에 1000개 늘릴 계획
한국은 고작 5개
연말까지 100개로 확충해도
英-日 10분의 1 수준 그쳐
지난달 15일 도쿄의 한 호텔에 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상사 도쿄전력 도시바 후지중공업 등 158개 회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자동차와 전자, 부품, 전력회사가 총망라됐다. 이들은 이날 전기차산업의 발전과 표준 제정을 위해 ‘전기차 기술연구협의회’를 설립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충전 시스템과 배터리 등 기술규격을 통일시키는 표준을 먼저 만들어 일반 자동차에 이어 전기차 산업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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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충전 인프라 크게 부족
런던 노상주차장 충전시설 영국 런던의 한 노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주스 포인트’. 현재 영국과 아일랜드에 165개의 주스 포인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1500여 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 여성이 전기차에 연결된 커넥터를 충전기에 연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 엘렉트로모티브
일본은 도쿄 일대에 153곳의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설치돼 있으며, 미쓰비시상사는 도쿄전력과 제휴를 맺고 올해 일본 주요 도시와 간선도로에 급속충전소를 1000개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르노자동차는 올해 전기차 출시와 맞물려 ‘퀵드롭 스테이션’이라는 배터리교환소(휴대전화 배터리처럼 전기차 배터리를 1∼2분 안에 교체하는 방식)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설비업체인 베터 플레이스도 지난해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전기차 충전소와 배터리교환소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베터 플레이스의 사업모델은 투자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최근 HSBC로부터 3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받는 등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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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한국은 국토 면적이 작고 인구가 도시에 밀집돼 있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중국이나 미국보다 유리하다”며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다소 늦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크게 뒤처지지는 않은 상태여서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술표준과 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
실제로 일본은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표준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아이미브’를 내놓은 미쓰비시자동차와 후지중공업 등은 도쿄전력과 지능형 충전시스템을 공유하며 표준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르노는 2011년 내놓을 배터리 교환형 전기차를 위해 베터 플레이스 등과 배터리교환소 시스템의 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전기차산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0월 상하이, 이치, 둥펑, 베이징 등 10대 자동차회사가 전기자동차 연합을 구축해 전기차 표준 제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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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현대·기아차와 한전이 13일 전기차의 충전시스템 표준화를 위해 세미나를 열고 전기차용 충전 인터페이스 규격을 공개한 것이 전부다. 이미 일본에선 2년 전부터 비슷한 시스템이 개발돼 현재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전기차 관련 제도적 기반도 미비한 상태다. 이미 전기차가 나왔지만 충전용 전기요금은 임시로 일반용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을 뿐 전용 요금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관공서, 쇼핑시설, 아파트 등의 주차장 건설 때 장애인 지정주차구역처럼 전기차만 주차할 수 있는 구역과 충전시설 설치 규정이 건축법 등에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기초적인 논의 단계일 뿐이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라든가 대형 빌딩 주차장, 대형마트 주차장 등 핵심 포스트 위주로 단계적으로 충전 시설을 늘려야 하고 요금 정산 문제도 하이패스처럼 무선통신기술과 자동차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