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인근 비상사태 선포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가 경찰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의회 앞마당까지 한때 난입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방콕 및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로이터통신은 7일 “레드셔츠 시위대가 태국 의사당 앞마당을 점령하고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당시 의회에는 경찰병력 약 150명이 지키고 있었으나, 반정부 시위대는 트럭 한 대를 이용해 정문을 부순 뒤 수백 명이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은 소총과 최루탄 일부를 시위대에 빼앗기기도 했다.
시위대 진입 당시 의사당 내부에는 이날 오전 열린 내각회의와 하원 본회의에 참석한 각료 및 국회의원들이 남아있다 황급히 피신했다. AP통신은 “상당수 의원은 시위대를 피해 뒷벽을 넘어 도망쳤다”고 전했다. 시위대에 막혀 의사당 2층에 머물고 있던 수텝 트악수반 부총리 등 일부 각료들은 군에서 급파한 무장헬기 블랙호크를 타고 빠져나왔다. 아피싯 총리도 내각회의에 참석했으나 시위대가 들어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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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오후 아피싯 총리는 국영TV를 통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시위에 대응하고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총리는 “이번 조치는 현 상황을 해결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이 질서유지권을 갖고 시민들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5명 이상 모이는 것도 금지된다. 파니탄 와따나야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아피싯 총리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1일 출국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