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는 1968년 홍콩독감 이후 40여 년 만에 출현한 대유행 인플루엔자이지만 병독성이 과거 대유행 바이러스보다 낮고, 봄에 출현하여 가을 유행까지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 많은 나라가 항바이러스제 비축과 백신 개발 등 사전 대비를 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대유행 발생의 시기나 장소,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병독성이 예측불가능하고, 일단 발생하면 빠르게 전 세계로 전파되며, 검역이나 방역활동만으로 지역사회 유행을 막지 못한다는 점은 과거와 마찬가지 특성이었다.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언제 어떤 특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서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고 피해가 광범위하므로 국가재난 혹은 공중보건위기상황으로 간주한다. 또 이에 대한 대비 및 대응 수준은 이와 유사한 다른 신종 전염병 유행이나 생물테러의 대응 수준을 나타내므로 매우 중요한 국가안전지표가 된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행과 대응의 평가와 교훈이 중요한 이유이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행 기간에 몇 차례의 조사와 평가를 통해 신종 플루의 위험수준을 측정하고 발표했다. 위험도 평가가 곧 대응정책의 기반이 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위험도 수준은 위기단계 설정기준, 유행차단 단계에서 환자치료 단계로의 전환시점의 결정, 유행기간 중 감시해야 하는 지표 설정,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단 및 치료지침, 백신의 우선 순위자 결정, 휴교나 집회의 제한 같은 공중보건조치 시기와 수준을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정부는 신종전염병 출현에 대비하여 인구 20% 수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 검사시설의 확대, 지정격리병상 확보, 100개 병원에 격리외래시설 및 30개 병원 격리중환자실 확보 등의 의지를 밝혔다. 신종 플루가 오기 전에 대유행대비 연구보고서나 전문가의 주장에서 이미 봤던 내용이다.
필자는 지난달 22∼26일 국내 19세 이상 성인 1650명을 대상으로 신종 플루 인식에 대한 전화설문을 실시했다. 국내의 신종 플루 대응활동과 관련해 ‘매우 잘했다’는 10점, ‘아주 못했다’는 0점이라고 평가를 했을 때 손 씻기나 기침 예절에 대한 홍보만 평균 7.5점으로 높았다. 백신확보 및 접종정책, 병의원에서의 환자 진단 및 치료, 신종 플루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감염자에 대한 역학조사 및 확산방지대책은 평균 5점대에 머물렀다. 국민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유행 이후에 질병관리본부를 신설하고 검역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행은 확진자가 1명도 없었던 사스 때와는 달리 환자관리, 유행관리 부분에서 더 큰 교훈을 줬다. 신종 전염병 및 이와 관련된 재난관리 수준이 또 한 단계 높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