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유형이 바로 ‘말이 많다’는 거다. 와인 얘기를 몇 마디 꺼냈을 때 상대편이 추가로 질문을 하지 않으면 ‘그쯤에서 멈추라’는 신호인데 이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아직 와인에 별 관심 없는 사람에게 장황한 와인 소개는 말하는 이의 잘난 체나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그 와인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해 주고 함께 나누려는 속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말이다.
댄스곡으로 한껏 흥이 오른 노래방 분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하겠다고 발라드를 택해 순식간에 분위기를 잠재우는 사람들처럼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 혼자서만 와인글라스에 코를 박고 심각하게 와인을 살피는 유형도 있다. 때와 장소를 구별 못한 이들의 행동 때문에 와인은 종종 격식을 차려야 하는 술,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술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이들 와인 선배들께는 일관된 태도 또한 부탁드리고 싶다 “와인은 부담 없이 즐기면 그만이지”라고 말한 지 30분도 안 돼 어려운 와인명을 줄줄 쏟아놓는 분들께 드리는 부탁이다. 와인을 맛보고 “와, 맛있다!”고 감탄하는 초보자 앞에 “아직 몇 년은 더 숙성시켜야 해”라고 찬물을 끼얹는 와인 선배들을 필자 역시 많이 봐 왔다.
“와인에 대해 알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아서…”라며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다”며 공감해 주고 당시의 경험을 전해 주는 사람이 진정 반가운 와인 선배다. 요사이 와인 관련 초대 행사가 많다. 행사에 선보일 와인 가운데 한 병쯤은 이제 막 와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인을 위한 와인으로 고르는 배려는 어떨까.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많이 맛보게 해 주는 게 와인 선배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역시 ‘백문불여일음(百聞不如一飮)’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