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극복하기 힘든 문화 장벽
스토리는 감동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짧은 바이올린 수업이 아이들의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시 가난한 일상으로 돌아가 힘든 삶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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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일찍부터 책을 읽힌다. 주말에는 박물관이나 미술전시장, 클래식 공연장에 데려간다. 방학 때에는 외국의 문화유적을 같이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혀준다. 예절이나 말씨도 몸에 익을 때까지 가르친다. 성인이 되면 외국의 명문대학으로 유학을 보낸다. 부르디외는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문화적 안목과 식견, 세련된 매너, 외국어 능력 등을 문화적 자본으로 정의했다.
부자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엄청난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문화적 자본을 부여하는 일은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개인이 갖춘 문화적 식견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경쟁력이다. 지식정보 산업에서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문화적 흐름을 잘 읽어내는 경영자가 유리하다. 문화적 능력이 일찍 배양된 사람들은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앞서 있다.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 문화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제적 자본도, 문화적 자본도 없는 사람들은 평생 소득 낮은 직업에 종사할 확률이 높고 삶의 행복 면에서도 크게 불리하다. 부르디외의 지적처럼 빈곤층에게는 경제적 자본보다 더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 문화적 자본일 수 있다.
문화적 자본 이론은 한국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역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빈곤층 자녀들이 사각(死角)지대에 놓이는 현상이 심각하다. 다른 한편에서 발 빠른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문화적 자본 축적’에 나선 지 오래다. 어릴 적부터 도서관에 데려가고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체험을 시킨다. 자녀교육에서 학술적 이론보다 몇 발자국 앞서 본능적으로 판단하는 힘이 뛰어난 한국의 학부모들이다. 빈곤층 자녀들은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집에 남아 혼자 TV를 보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럴수록 여유 계층과 빈곤층의 격차는 더 커져간다.
교육복지에 발상의 전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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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