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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집중분석] 일본 젊은층 사로잡은 40대 ‘뽕짝 아줌마’

입력 | 2010-03-25 15:00:00




일본에선 최근 40대 엔카(演歌·한국의 트로트와 비슷한 장르) 가수의 노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로 데뷔 23년째를 맞은 사카모토 후유미(43)의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また君に戀してる·다시 너를 사랑해)가 그 곡이다.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는 엔카 곡으로는 처음으로 19일 일본 휴대전화 음원 내려받기 순위 일일차트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월 발매된 싱글 음반도 순위가 급격히 상승해 1년 2개월 만인 21일과 22일 오리콘 일일차트 2위(지난주 주간차트 9위)에 올랐다.

엔카 시장이 확고한 일본에선 엔카 가수가 오리콘 차트 등 각종 가요 순위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엔카를 즐겨 듣는 중장년층이 마음에 드는 노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카모토 후유미의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 인기는 기존 엔카 곡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 휴대전화 음원 내려받기 순위 1위에 올랐다는 것은 중장년층이 아닌 젊은이들이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를 직접 내려받아 들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동영상 출처:유튜브


▶ 가창력이 뛰어난 '예쁜' 아줌마 가수


사카모토 후유미는 1987년 20세의 나이로 NHK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한 중견 가수다. 그 이전까지는 공장 근로자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으나 카랑카랑하면서도 파워풀한 그녀의 목소리는 엔카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경연대회에 참가할 당시만 해도 사카모토 후유미는 통통한 체격에 평범한 얼굴이었다. 본인 스스로 과거의 사진이 방송에 나오면 부끄러워할 정도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뺐고 성형수술을 한 듯 외모도 많이 달라져 '가창력이 뛰어나고 예쁜 엔카 가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간드러지고 앙칼지면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1980년대 후반 한창 날리던 시절의 주현미를 연상케 한다. 또 '꺾기 창법'에 주로 치중하는 다른 엔카 가수들과 달리 곡의 분위기에 따라서 발라드를 부르듯 감미롭게 노래하거나 독특한 몸짓을 곁들이는 것도 사카모토 후유미를 정상급 엔카 가수 대열에 올려놓은 비결이다.

하지만 그녀가 데뷔한 1980년대엔 이미 엔카가 일본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대중음악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수 생활 23년간 오리콘 주간차트 등 음반판매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든 노래는 '오토코노 죠와'(男の情話·1989년)가 유일했다.

사카모토 후유미의 대표곡인 '요자쿠라오시치'(夜櫻お七·1994년)도 그녀에게 여러 상을 안겨주며 오랫동안 일본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아 왔으나 당시 음반판매량 집계순위에선 20위권에 그쳤다. 그녀는 주로 나이가 많은 팬들을 위한 디너쇼 무대에 서거나 TV의 엔카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줌마 가수'로 활동해 왔다.




▶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발라드 엔카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는 사카모토 후유미가 '오토코노 죠와' 이후 21년 만에 두 번째로 오리콘 주간차트 10위권 내에 진입한 곡이다. 또 일본 휴대전화 음원 내려받기 랭킹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엔카로 기록됐다.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는 원래 그녀의 노래는 아니었다. '비리 반반'이라는 형제 밴드가 2007년 발표한 곡을 사카모토 후유미가 2009년 1월 자신의 37번째 싱글에 커플링(대표곡이 아닌 노래)으로 수록하면서 다시 부른 것이다.

이 노래는 2008년 11월부터 일본의 유명 소주 TV광고에 삽입돼 인기가 점차 높아졌다. 2009년 10월엔 이례적으로 37번째 싱글의 대표곡이 '마타 키미니 코이시테루'로 바뀌어 다시 음반시장에 나왔다. 그녀는 지난해 일본의 연말 가요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서도 이 곡을 불렀다.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늘어나던 중 사카모토 후유미는 19일 SMAP의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가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곡을 불렀다. 젊은 시청자가 많이 보는 이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휴대전화 음원 서비스와 음반 차트에서 순위가 껑충 뛰었다. 사카모토 후유미 본인도 이 같은 반응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존 사카모토 후유미의 팬 이외에 젊은 층을 사로잡은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며 '휴대전화 음원과 음반 판매가 두드러져 롱셀러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엔카 특유의 분위기가 강하지 않으면서 가사가 애절하고 멜로디가 서정적인 점도 젊은 팬들이 이 노래를 친숙하게 듣게 된 이유로 보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