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과업계 피카소’ 佛 파티셰 거장 피에르 에르메 씨
4대째 사탕공예 해온 집안서 출생
“고객 - 직원과 부단한 소통 중요”
○사탕공예가 부친의 열정 물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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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카소’나 ‘디오르’ 등 미국과 일본 언론들이 붙인 찬사 얘기가 나오자 “잡지가 늘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잖느냐”며 수줍게 웃거나, 바쁜 일정 때문에 한국의 식재료를 충분히 맛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의 그것이었다.
프랑스 알자스에서 4대째 사탕공예를 해온 집안에서 태어난 그에게 파티셰라는 직업은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베이킹에 입문한 것도 그의 나이 14세 무렵의 일이었다. 그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던 아버지는 작품을 만들 때 늘 열정적이었다”며 “어려서부터 늘 아버지 곁에 있던 나도 그 열정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회상한다. 이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베이커리 업체 ‘포숑’에서 일하며 기본기를 닦은 그는 1997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딴 제과점을 열었다. 제과의 기본기에 새로운 감성으로 작곡해 빚어 낸 초콜릿과 마카롱 등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일본 도쿄에까지 지점을 냈다.
○파리 매장은 샤론 스톤의 단골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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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 씨가 신메뉴의 영감을 얻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책이나 음악은 물론이고 지인과의 대화도 그에게는 새로운 맛과 향의 영감을 제공하는 무궁한 원천이다. 그의 매장은 명사들이 수시로 찾는 명소다.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파리 매장의 단골손님이다. 할리우드 스타인 샤론 스톤도 그의 손이 빚어낸 달콤함을 잊지 못해 파리를 방문할 때마다 그의 매장을 찾는다.
올해 파리에 3곳, 일본에 2곳의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그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는 매장 확장보다는 제품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개선하는 데 관심이 더 많다. 2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프랑스인 동료를 파견한 도쿄의 매장에도 1년에 4, 5차례씩은 들러 맛을 점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내게 고객의 국적은 중요치 않다. 모두 내 작품을 즐기는 고객일 뿐”이라고 말하는 에르메 씨의 해외 매장은 현지인의 입맛에 영합한 로컬 메뉴를 따로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들이 내가 만든 작품을 맛보고 작은 혼란을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나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고 말하는 에르메 씨가 말하는 최고의 파티셰가 되기 위한 조건은 뭘까. ‘작품의 디테일에 대한 집중, 질 좋은 재료와 품격있는 서비스, 고객과 직원들과의 부단한 소통 노력, 끝으로 지속적인 맛의 개선과 창조’가 바로 그것이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