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중지로 사실상 수사중단
강간 등 성폭행으로 경찰에 신원이 파악된 후에도 거리를 활보하는 피의자가 2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2월 말 기준으로 성범죄 관련 기소중지 건수 643건 중 형법상 강간 기소중지 건수는 215건으로 조사됐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발생건수는 2005년 1만3446건에서 2006년 1만5326건, 2007년 1만5325건, 2008년 1만7178건, 지난해 1만8351건으로 5년 새 36%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1일 평균 성폭력 발생건수는 50.3건, 이 중 아동 성폭력은 2.8건이나 됐다.
지난해 발생한 강간 범죄는 1만215건이었지만 검거된 건수는 9167건에 그쳐 미해결 사건은 1048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833건은 성폭력범의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신원이 확인된 기소중지건수는 215건이다.
기소중지는 범죄의 공소조건을 갖추고 혐의가 충분해도 피의자, 참고인의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가 중지되는 것을 말한다. 이유리 양 살해사건의 피의자 김길태 씨도 1월 말 22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김 씨는 경찰 수사가 소극적인 상태에서 재차 성폭행 욕구를 느꼈고 이 양을 납치해 살인까지 저질렀다. 이 때문에 성폭행범의 신원을 파악하고서도 일정 기간 검거되지 않으면 기소중지한 채 수사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 성폭행 수배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