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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납치해간 안승운 목사 生死라도 밝혀라

입력 | 2010-03-16 03:00:00


15년 전 북한에 납치된 안승운 목사의 사망설이 제기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교회 관계자로부터 “안 목사가 자살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탈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지난해 10월 북한의 소식통으로부터 “안 목사가 ‘좋지 않은 방식’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안 목사는 1995년 7월 중국 옌지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평양으로 끌려갔다. 납치범 3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전모가 드러났지만 북한은 범행을 시인하지 않았다. 탈북자가족모임은 안 목사가 1997년 평양 봉수교회에서 설교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입수해 북한의 납치 증거로 제시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작년 이산가족상봉을 앞두고 안 목사 가족이 생사확인 요청을 하자 ‘생사여부 확인 불가능’이라고 발뺌했다.

안 목사 피랍사건을 개인의 불행으로 넘겨 버릴 수 없다. 현재 북한에는 어부를 포함해 480여 명의 남쪽 국민이 강제로 끌려가 억류돼 있다. 생존이 확인된 국군포로는 500명이 넘는다. 우리가 안 목사 납치 문제를 엄정하게 다뤄야만 1000명에 가까운 전체 납북자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북한에 안 목사의 생사 확인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북한에 끌려간 국민을 돌아보지 않는 정부라면 ‘국민의 생명 보호’를 등한시하는 무책임한 정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안 목사의 사망이 사실이라면 유해라도 가족에게 인도하라고 북한에 촉구하는 것이 옳다. 안 목사는 북한을 방문한 국내외 목사들을 통해 여러 차례 “구출해 달라”고 호소했었다. 북한이 안 목사를 체제 선전용으로 이용하다 가치가 없어지자 압박을 가해 죽음으로 몰았거나,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대책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담판을 벌여 일본인 납치를 시인케 하고 7명의 납북자를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했다. 우리 정부도 납북자 송환을 북한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상습적으로 민간인을 납치하는 범죄 집단 같은 체제는 21세기 문명세계 속에서 존재할 자격이 없다. 북한이 스스로 납치 문제를 풀지 않는다면 정상 국가가 되기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