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두 번째로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대한생명은 10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하고 17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한생명의 상장은 국내 빅3 생명보험사 중 첫 상장이라는 점에서 삼성생명을 비롯해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생보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한생명의 공모주 청약은 마감일인 10일 약 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일반인 공모 규모는 3560억 원으로 청약증거금(50%)으로만 약 4조20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올해 기업공개(IPO) 가운데 최대를 나타냈다. 일반인을 상대로 투자자를 찾는 공모주 청약에서 이처럼 인기몰이를 한 것은 5일 공모가가 당초 전망을 밑도는 8200원으로 결정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한생명이 당초 희망했던 공모가는 9000∼1만1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분의 49%를 배정했던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공모가는 예상보다 낮아졌다.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를 비롯해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남은 데다 올해 상반기에만 일본 2위 생명보험사 다이치생명과 한국 최대인 삼성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어 해외투자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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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은 상장을 완료하면 시가총액 6조8880억 원으로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32위에 올라선다. 공모로 조달되는 자금은 연금과 건강보험 시장 영업조직 구축(4800억 원), 해외시장 진출 및 판매채널 다각화 관련 비용(3000억 원),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지급여력비율 상승(5012억 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모기업인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상장을 통해 금융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대한생명의 상장은 다른 생보사들의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보사 중에서는 지난해 10월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한 동양생명과 대한생명에 이어 5월 삼성생명, 올 하반기 미래에셋생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대한생명의 상장은 올해 증시의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생명의 공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한생명의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정해지면서 삼성생명의 주가는 15% 하락한 10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생명 주가가 상장 이후 상승할 경우 삼성생명의 상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공모 규모가 100억∼200억 달러로 예상됐던 AIA생명이 영국의 생명보험회사인 프루덴셜에 매각되면서 상장 계획이 백지화된 것도 삼성생명의 외국인 투자자 모집에는 희소식이다. 서보익 유진증권 연구원은 “대한생명의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삼성생명 등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생보사들의 공모가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할 경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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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