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한생명 등 올해 최대 100곳 기업공개 대기일시적 투자심리 위축… 경쟁관계 보험株 등 타격 예상일부선 “장기적 투자기회 확대… 외부자금 수혈 기대”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같은 대형 보험주들의 상장이 다가오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 물량 쓰나미 경계령’이 내려졌다. 글로벌 악재로 주가가 상승탄력을 잃은 증시에 대규모 공급물량이 쏟아져 엄청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 ‘피해 반경’에 속한 기업들은 대형 경쟁자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 공급 파도에 수급 수몰 위기
올 상반기 최대 공모주로 꼽히는 대한생명은 5일 공모가를 결정하고 9, 10일 청약을 받은 뒤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격이 1만 원으로 정해지면 2조1000억 원 규모의 주식이 증시에 쏟아진다. ‘태풍의 눈’인 삼성생명도 이르면 다음 달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규모가 4조 원이 넘는 삼성생명까지 가세하면 두 기업의 공급물량만으로도 역대 최대규모인 1999년 3조8422억 원을 넘어선다. 이어 올해에만 최대 100개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예상돼 총규모는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투자가 등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패턴도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이후 각각 시가총액 5위권과 20위권으로 예상되는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시장 진입으로 업종별 비중이 달라지면서 다른 업종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 상장 이후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되면 인덱스펀드 편입 종목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주 비중이 14%에서 16.6%로 확대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경기관련 소비재, 산업재, 소재 등의 편입 비중을 줄이는 등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될 보험업종 내 다른 생보사와 손해보험사들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는 “업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상위권에 꽂혀 먼저 시장에 상장한 동양생명 등은 외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와 CJ, 대한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 한화건설, 한화석화 등은 지분가치를 재평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피해 줄일 방파제는 있을까
초기에는 물량부담이 있겠지만 대형 우량주 위주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점을 들어 장기적으로는 투자기회 확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성진 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6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총 11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두바이 사태 이전 수준으로 신규 투자자금이 회복돼도 수급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