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촌 총괄설계 로저 베일리 씨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촌으로 쓰인 폴스크리크의 종합주거지구 ‘밀레니엄 워터’. 오래된 도심 항만 주변 공업지구를 재개발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적 건축을 추구했다. 사진 제공 챌린지시리즈
밴쿠버 도심 항만 지역의 사우스이스트 폴스크리크에 있는 밀레니엄 워터는 올림픽 계획이 마련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논의된 프로젝트다. 올림픽 인프라 계획과 시기가 맞아 그 일부로 편입된 뒤 지난해 완공했다. 올림픽 이후의 입주 신청은 완료된 상태다.
폴스크리크는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조선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전쟁 뒤에는 철강과 철도산업이 일어나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1990년대 도시가 노후하면서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베일리 씨는 기존 거리와 시설을 최대한 살리면서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유럽의 오랜 도시를 모델로 삼아 재개발 계획의 큰 그림을 그렸다.
건축 시스템을 위한 기술적 해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지속가능한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논의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유럽의 구식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정(中庭·건물 속 정원). 건물 저층부는 엘리베이터 사용을 최소화하고 널찍한 계단을 둬 지역 구성원들 사이에 만남의 기회를 늘렸다.
밀레니엄 워터는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한 재료에 환경에 대한 배려를 반영했다. 중정에 마련한 놀이기구는 유리와 벽돌로 만들어 탄소사용을 줄였다. 건물마다 차양과 창문 등 외벽 디자인을 달리해 독립성을 갖도록 했다. 어떤 건물은 외벽이 물결 모양으로 굽이치고 다른 건물 벽체에는 오렌지색 차양이 불규칙하게 붙어 있다.
“친환경 건축 기술은 이제 ‘새롭고 신비한 것’이 아닙니다. 밀레니엄 워터가 특별한 것은 그동안 고안된 좋은 기술을 획일적으로 쓰지 않고 적절히 배분해 커뮤니티의 자율성을 추구한 것이죠. 사람을 지속적으로 공간에 끌어들이는 열쇠는 결국 디자인의 매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