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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간호사’ 꿈도 같은 쌍둥이

입력 | 2010-02-26 03:00:00

같은 유치원-초중고-대학 다니고 직장까지 ‘입사 동기’
고대 졸업 최보람-아람씨 화제



25일 고려대 간호학과를 함께 졸업한 언니 최보람 씨(왼쪽)와 동생 아람 씨. 사진 제공 고려대


“환자들이 우리를 헷갈려 할까봐 동생이 머리를 잘랐어요.”

2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는 다섯 번이나 같은 졸업식에 선 자매가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로 이날 고려대 간호학과를 함께 졸업한 언니 최보람 씨(23)와 동생 최아람 씨(23)가 그 주인공.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이들은 강릉 뽀뽀뽀유치원을 시작으로 초당초교, 경포여중, 강릉여고도 같이 졸업했다. 다음 달부터는 고려대 의료원 간호사로 ‘입사 동기’가 된다.

자매는 늘 붙어 다녔다. 대학교에서도 4년 내내 모든 전공수업을 같이 들었다. 매일 옆에 앉아 함께 수업을 듣던 이들에게 교수들은 “지겹지도 않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남자친구까지 같은 영어회화 동아리에서 만났다. 지난해 7월 고려대의료원 입사면접을 볼 때도 같은 조가 돼 면접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자매는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친구였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했다. 어머니 황정남 씨(50)는 “시험을 보고 오면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며 경쟁을 펼쳤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언니가 동생보다 딱 한 문제 더 맞았다. 자매는 서로 경쟁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4년 내내 장학금을 거르지 않았다.

쌍둥이라서 싫었던 적도 많다. 이들은 “어려서는 엄마가 옷과 머리 모양을 똑같이 해줘 창피했다”고 입을 모았다. 성격은 정반대다. 언니보다 동생이 성격이 더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다. 하지만 꿈은 똑같다. 이들은 “간호사가 되면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간호사와 환자가 더욱 밀착할 수 있어 꼭 근무해 보고 싶다고. 이들은 “고려대의료원은 안암, 구로, 안산 세 곳에 있는데 역시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