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작년 11월 30일 화폐개혁 이후 동요하는 북한체제 안정과 우리 사회 친북좌경세력의 결집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남북 간의 상생 공영 정책을 직접 김정일 위원장에게 설명할 수 있고 또 핵을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공언한 북한 측 진의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남북한 정상회담은 해볼 가치가 있다. 다만 이번만큼은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처럼 실패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할 일이 많다.
첫째로 북한 핵 폐기,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하여 남북한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되, 한 번의 만남으로 합의서를 채택하고 발표하는 이벤트성 성과 거양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의 주장과 진의를 확인하는 것만 해도 성공했다고 평가받겠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협정 체결보다 북한 핵의 전면 폐기와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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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2월 6∼10일 중국 왕자루이(王家瑞)와 북한 김계관의 교차방문으로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남북 간의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이를수록 좋겠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정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 가까우면 정치에 이용한다는 논쟁에 휩싸인다. 하반기는 10월 북한 노동당 행사, 11월 11∼1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로 곤란하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6월 15일을 전후하여 개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셋째, 장소문제이다. 동서독 간에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시기인 1970년 3월과 5월 동서독 정상이 회담 보좌 수행원만 대동하고 국경지역 도시인 동독 에르푸르트와 서독 카셀로 열차로 이동하여 환영식과 만찬 등의 행사 없이 실무형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례를 참고하여 이번에는 도라산역을 추천한다.
도라산역에서 회담을 개최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고 북한 측 지역인 개성공단에서의 후속 정상회담도 기대된다.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방한 시 김대중 대통령과 같이 연설을 할 정도의 시설이며 북한이 우려하는 경호환경도 서울보다 낫다.
남북 간에 신뢰가 전혀 없으면서 대통령 부인까지 대동하여 평양을 재차 방문하여 환영행사, 오·만찬 행사를 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대치관계에 있는 한반도의 현실, 이 대통령의 실용적 입장과 국제관례에도 맞지 않다. 8월에 한국지역인 도라산역, 9월에 북한 지역인 개성공단에서 실무형 정상회담을 연속으로 개최하여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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