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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 릴레이 인터뷰]‘조이라이드’ 윤서인

입력 | 2010-02-17 19:03:27


"만화가 윤서인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룹 소녀시대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던 웹툰 작가 윤서인 씨(36)가 사건 한 달 만에 입을 열었다.

윤 작가는 1월 2일 '숙녀 시대 과거 사진'이라며 소녀시대와 비슷한 여성 캐릭터가 야한 복장으로 과거(科擧)시험을 치르고, '숙녀시대 새해 맞아 단체로 떡 치는 사진'이라며 단체로 떡메로 떡을 치는 만화를 그렸다.

사건은 1월 17일 한 인터넷 매체가 이를 '소녀시대 성희롱 논란'으로 보도하면서 순식간에 커졌다. 윤 작가의 이름과 이 사건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다른 매체들도 기사를 쏟아냈다. 소녀시대 팬들은 윤 작가가 여자 가수를 성희롱했다며 성토하는 민원을 보건복지가족부에 냈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일본 여행 중이었던 윤 작가는 동아닷컴의 '웹툰 작가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 당일 오전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취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1일 그는 약속대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 소녀시대 성희롱? 전혀 의도하지 않아

왜 인터뷰를 연기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언론이 무서워서"라고 답했다. 그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 포털사이트 야후! 코리아에는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누리꾼들은 윤 작가의 아마추어 시절 습작까지 문제 삼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해를 풀려고 할수록 상황이 힘들어졌어요. 이번 인터뷰도 큰 용기를 낸 것이에요. 지금도 괜히 인터뷰를 한 게 아닌지 걱정돼요."

평소 거침없고 톡톡 튀는 만화 스타일로 유명한 윤 작가는 필화(筆禍) 사건을 겪으면서 많이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말하는 내내 손으로 입을 가리거나, 만화를 올릴 때마다 '칼을 들고 삥 둘러선 사람들 앞에 목을 내밀고 나가는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이른바 '낚시' 기사나 게시물을 재밌게 풍자하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주목도를 높이고자 '오빠들의 로망' 소녀시대를 이용한 것이 화근이 돼버렸다.

"실시간 검색어에 '연예인 OOO 자연산'이 있어 클릭해보니 '자연산 광어만 먹어'라는 내용이었어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숙녀 시대 과거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과거를 보는 모습을 보여주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마침 경복궁에서 가족들이 떡메로 떡을 치는 장면이 TV 아침 뉴스에서 나오더군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유리 떡 치는 장면'이라는 게시물이 본 것이 기억났어요. 유리가 KBS '청춘불패'에서 떡을 치는 건데, 한 데 엮어서 그날 만화 소재로 정했어요."

그는 "제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번 논란의 원인제공자로서 사과한다. 표현력이 부족했다"며 연방 사죄의 뜻을 전했다.

● 윤서인 연관 검색어는 친일파…

윤 작가는 인터넷상에서 '문제 작가'로 통한다. 그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친일파' '무개념'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따라다닐 정도다.

그가 '찍힌' 계기는 2007년 일본여행 전문사이트 '여행박사'에 일본여행 후기를 만화로 연재한 '일본박사조이'가 알려지면서부터다.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인지라 일본의 좋은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대신 일부 국내 식당의 '잔반 재활용', '불친절한 서비스'등 한국인이라면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일본과 비교하면 발끈할 만한 내용을 집어넣었다.

"일본의 좋은 면을 본받자는 의미로 한국의 나쁜 면을 대비했어요. 일종의 '일본은 있다' 식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편견은 깨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깨질 것 같아서 약간 '독한' 논조로 그려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누리꾼들은 일본의 장점만 부각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친일파 작가'라고 비난했다. 이때부터 '안티 윤서인'이 생겼다. 그는 자신을 '친일파'로 분류하는 것은 수긍하지만, 애국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 인터넷 '밉상' 윤서인, 사실은…

윤서인은 만화를 그린 지는 오래됐으나 정식 경력은 2년 밖에 안 된 '꼬마' 웹툰 작가다.

2004년 야후! 코리아에 입사한 그는 2008년 자신이 기획한 '야후! 카툰세상'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입문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윤 작가는 블로그에 유선 마우스로 만화를 그려 올리던 '일반인'이었다.

학창 시절 공부도 그림 실력도 성적도 고만고만했던 윤 작가. 고3 때 미술로 진로를 바꿔 운 좋게 건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합격했지만, 기본기 탓인지 과제를 제출하면 교수님은 이게 뭐냐고 던지기 일쑤였다. 학점은 C D C D F.

2000년 경 게임업체에서 취미삼아 마우스로 덜그럭 그린 만화가 사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만화 인생이 펼쳐졌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던 사람 중에는 서울대학교 디자인학과 재학생도 있었다. 일류대에 다니는 친구가 '네가 최고'라고 감탄해주니 신이 났다. 처음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만화는 놓지 않았다.

만화에 대한 열정은 야후! 코리아의 만화 서비스 개시로 이어졌다. 그는 재야 시절 알게 된 메가쇼킹 마인드c 곽백수 등 '웹툰 1세대'를 초빙해 서비스를 구축하고, 자신의 습작 '조이라이드'도 정식으로 연재하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나는 만화가다. 공인이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만화를 그리는 게 재밌어서, 내 만화도 서비스에 한 꼭지 넣고 싶어도 될 것 같아서" 입문한 것이다.

본격적인 전업 작가 생활은 2009년 1월 폐결핵에 걸려 회사를 그만두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해 3월 '장자연 희화화' 사건이 터졌다.

'젊었을 때 죽은 연예인은 저승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울 것'이라는 초등학생 같은 상상을 웹툰으로 옮긴 것인데, 이는 '연예인 성 상납' 의혹에 연루된 탤런트 장자연 씨가 자살한 직후였다. 누리꾼들은 벌떼 처럼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연예 뉴스 제목만 봤었기 때문에 장자연이라는 배우가 사망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몰랐어요. 오히려 과거 좋아했던 고(故) 최진실 씨를 떠올리며 만화를 그렸어요."

만화 작가 경력이 일천하다 보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윤 작가의 문제작 중 대다수는 2000년부터 친구들과 함께 보려고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거의 매일 그렸으니 3000회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술자리에서 한 말을 소재로 그린 것도 있다. 누리꾼들이 하나하나 문제 삼자면 한도 끝도 없이 부끄럽고 철없는 그림도 있는 셈.

'일반인'으로서 친구들과 보려고, 부인과 나중에 늙어서 보려고 만든 블로그였기에 사생활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안티 팬이 생긴 후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은 윤 작가에게 비수가 돼 돌아왔다.

대표적인 게 '윤서인 빵가루'와 '오락실' 사건.

2005년경 여행 차 비행기에 탄 윤 작가. 앞자리의 승객이 스튜어디스에게 물을 달라고 하더니 입을 헹궈서 다시 주거나, 시끄럽게 떠드는 등 매너 없는 행동을 했다. 윤 작가 부부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 복수로 몰래 그 승객의 머리에 빵가루를 솔솔 뿌리고 내렸다. 보기에 따라선 '애교'로 봐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미운털'이 박힌 그이기에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욕을 먹었다.

오락실 사건은 왜곡된 측면이 강했다. 윤 작가는 여행 도중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한국에 돌아가면 문병가기로 하고 통화를 끝냈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들었기에 나머지 여행 일정을 소화했다. 오락실에도 갔다. 귀국 후 병문안을 갔지만 친구는 일주일 뒤 돌연 세상을 떠났다. 임종을 앞둔 친구를 외면하고 오락실에나 들락거리는 한심한 사람이 돼버린 것. 친했던 친구라 힘든 시간을 보낸 뒤 나중에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마침 친구와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사진이 있어서 함께 올렸다.

"처음부터 만화가로 정식 데뷔했더라면 지금처럼 블로그에서 사생활을 다 공개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부인 사진 올리려고 만든 블로그에 어느 날부터 하루 방문자가 2만 명이 넘어 버렸어요."


● "내 만화는 키치(Kitsch) 맞다. 그래서 어쩌라고"

윤 작가의 대표작은 일상의 소재를 독창적으로 그려내는 '조이라이드'이다. 그는 "내 짧은 생각을 그리는 저급한 만화"라고 자평했다. 그는 고급 만화든 저급 만화든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만화 '심슨가족', '사우스 파크'만 봐도 예수님, 오프라 윈프리 모두 풍자의 대상이 되지만 사회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아요."

악플에 시달리면서도 윤 작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이라이드'를 연재했다. 이 만화의 회당 조회수는 수십만을 넘나든다. 그 중 악플은 50여개. 그는 조용히 만화를 보고 나간 90%이상의 독자들을 위해 만화를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티 팬만 있는 건 아니에요. '만화 잘 보고 있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힘내세요'라는 메일을 보내주는 분들도 많아요. 댓글로 응원 글을 올렸다간 악플러에게 공격당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보내주세요."

그는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10명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논란이 될 때마다 그의 가족과 부모님이 힘을 준다.

"부모님은 항상 절 믿어주세요. 아버지는 더 잘해라, 남자는 다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사건 후 언론의 접촉에도 응하지 않았더니 나가보지 그러냐고 말씀하시던 걸요."

그의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미모의 부인도 비슷하다. '당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 잘못한 것 없다'고 용기를 준다.

누리꾼들의 질타가 기사화되는 것을 보며 윤 작가는 만화 그리는 습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내 생각을 그대로 보여줬던 반면 이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만화를 올리게 됐다고.

"만화 똑바로 그리라고 지적들을 하니 '만화를 바꿔야 하나? 계속하던 만화인데…' 그런 고민이 많죠. '조이라이드'는 처음부터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만화거든요. 독자한테 맞춰서 그리다 보면 제 만화가 아닐 것 같기도 해요. 지적들을 많이 하시니 바꿔야 하겠죠."

차기작도 구상 중이다. 그는 "보여주고 싶은 만화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제 데뷔한 지 2년이 됐을 뿐"이라고 반복했다.

"회사도 그만두고 정식 만화가가 됐으니 제대로 한번 그려봐야죠. 정보를 전달하는 만화를 그려보려고요. 우선 술과 관련된 만화를 구상 중이에요. 글보다 만화 한 컷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이런저런 논란을 겪었지만, 만화는 그에게 놓을 수 없는 친구이다. 그는 "힘들지만 논란은 이고가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누리꾼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만화는 만화로 봐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