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향기있는 남자야”[경험서 착안]의류매장 새옷 냄새 거부감“그래, 香이다” 시장조사 나서[향기 세분화]캐주얼 매장엔 상큼한 향기식당엔 식욕자극 오렌지향
《평소 거래처 의류매장에서 풍겨오는 새 옷 냄새가 싫었다는 양재수 씨(47).
그는 의류 원단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후 의류매장과 음식점 등에 ‘향기’를 팔러 다닌다.
40·50대 중년 여성 의류 매장에는 고혹적인 향기를, 20·30대 여성 캐주얼 매장에는 시원하고 상큼한 향기를 판다. 음식점에는 식욕을 돋우는 오렌지 향, 복숭아 향을 팔고 사무실에는 상쾌한 피톤치드 향을 판다.
양 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왜 좀 더 빨리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비용 적다고 쉽게 생각하고 접근해선 안돼
어떤 업종이든 최소 1년은 고생할 각오하고 시작해야”
원단 관리 회사에 근무하던 양재수 씨는 퇴직 후 ‘향기마케터’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프랜차이즈 ‘에코미스트’를 통해 무점포 창업한 그는 의류 매장별로 타깃 고객을 고려해 맞춤 향을 고른 후 매장 안을 향기로 채워주는 일을 한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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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깊어지면서 틈나는 대로 창업박람회나 창업설명회를 찾았다. 그러던 중 천연향으로 실내 환경을 관리하는 ‘에코미스트’ 프랜차이즈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천연 살충제와 탈취제, 방향제를 이용해 실내에 밴 냄새나 곰팡이, 벌레 등을 없애고 향기를 채워 넣는 사업이다. 양 씨는 거래처 의류매장을 다닐 때 나던 새 옷 냄새가 퍼뜩 떠올랐다. 에코미스트 사업은 주로 호텔, 일반 사무실을 대상으로 하지만, 양 씨에게는 의류 매장에도 접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였다. 가맹본부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사업 방향과 접목이 가능한지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뉴질랜드에 있는 에코미스트 본사를 방문해 제품 라인업도 살펴보고, 생산 공장도 견학했다.
○ ‘가상의 고객’ 앞에 세우고 영업 연습
2006년 6월 창업 준비를 마치는 동시에 회사에서 퇴직했다. 1인 창업이라 직원도 없고 무점포로 집에 장비를 구비해 일을 하니 창업자금이 10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950만 원으로 120여 가지에 이르는 향 제품을 사고, 나머지 50만 원은 팸플릿 등을 만드는 데 썼다. 제품과 장비의 부피가 크지 않아 타고 다니던 차량에 충분히 실을 수 있었다.
첫 영업은 쉽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은 아예 상대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퇴직 전까지 내근만 하던 그에게 영업은 낯설었다. 가상의 고객을 앞에 설정해두고 물건을 파는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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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벌기도 빠듯했던 7개월이 지나자 효과를 본 매장들이 하나 둘 고정 거래처가 되기 시작했다.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브랜드 의류매장의 경우 한 곳에서 효과를 보면 인근 다른 매장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연락이 왔다.
○ ‘내성적 성격으로 영업 못해’ 말 안 돼
향기분사기는 보통 한 달을 주기로 리필을 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반 향 기준으로 1회 리필 비용은 2만 원 선. 점포 규모가 큰 의류매장은 분사기가 15개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1개 매장에서 한 달 3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의 절반은 이익으로 남는다. 의류 매장, 음식점, 사무실 등 50여 곳의 거래처를 관리하는 지금 한 달 평균 1200만∼1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하루 업무는 보통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면 끝난다. 고정 거래처를 대상으로 일하는 시간은 한 달에 보름 정도. 나머지 시간은 영업 자료를 만들고 신규 거래처를 뚫는 데 할애한다. 양 씨는 “처음 거래처를 뚫을 때는 힘들지만 안정적인 거래처가 생기면 이후 관리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비해 오히려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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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양재수 씨 성공요인은
실속형 감성아이템으로 실패 리스크 최소화
체면이나 허례에 치우치지 않고 실속형 소자본 아이템을 선택한 것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창업이란 돈을 많이 들인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투자하면 장사가 조금만 안 돼도 금세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 있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 씨의 경우 1000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무점포 사업을 선택해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사업 전망이 밝은 유망 아이템을 선택했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다. 향기마케팅은 의류 매장은 물론이고 화장품 매장, 제과점, 백화점, 가구점, 병원, 영화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감성마케팅’이 확산되면서 향기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한 ‘향기연구소’에 따르면 고객들의 매장 체류시간과 향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고객들이 향기 나는 매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향기가 없는 곳에 있는 시간보다 약 30분 길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독립창업 대신 프랜차이즈 가맹으로 창업에 나선 것도 적절했다. 양 씨가 선택한 향기마케팅 사업의 경우 100가지가 넘는 향기를 개인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가맹본사의 지원 및 관리를 통해 조기 사업 안정이나 수익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맹본부의 성공 노하우를 그대로 가맹점에 전수하기 때문에 창업 실패율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