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빼닮은 위기대응 전략 ① 화폐개혁으로 시장 단속 ②외자유치… 경공업 육성 ③ “경제난 타개용 정상회담”
김일성 북한 주석은 1991년 12월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나진선봉자유무역지대를 개설한 뒤 “나진 선봉에서 버는 돈만 가지고도 우리 인민들이 잘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듬해 7월에는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주민들이 가진 헌 돈 가운데 일부만 새 돈으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부(富)를 환수했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09년 11월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헌 돈과 새 돈을 100 대 1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그는 또 지난달에는 외자 유치를 위해 나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했다. 김씨 부자의 정책은 ‘개혁 없는 제한적인 개방’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다.
농업과 경공업, 대외무역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올해 경제정책도 김 주석이 오래전에 내건 정책의 재판(再版)이다. 김 위원장은 2010년 신년 공동사설 제목을 통해 경공업과 농업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개발은행을 세워 외국인들의 투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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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지원을 노리는 북한의 대미 정책도 경제위기 초기인 1990년대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김 주석은 1993년 제1차 핵 위기를 조성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김 주석은 1994년 7월 사망 직전 김영삼 대통령을 평양에 불러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하려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북한은 최근에도 이 대통령과 직접 말이 통하는 여권 실세 정치인 등을 분주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