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파장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일부 지분을 연내에 매각해 약 1조2000억 원의 세외(稅外)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예산 전달체계를 재검토하고 단계적으로 국채 발행도 줄일 방침이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등 여야 의원 23명은 ‘국회가 국가재정의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의 재정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른 국가별 비교에서 유럽 미국 일본보다는 건실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재정악화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다. 국가채무는 1997년 60조 원에서 2002년 133조 원, 2007년 298조 원에 이어 지난해 366조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997년 12.3%, 2002년 18.5%, 2007년 30.7%, 작년 35.6%(추정)로 높아졌다. 올해 국가채무는 400조 원을 넘고 GDP 대비 비율은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계상 국가채무는 아니지만 ‘넓은 의미의 국가채무’까지 넣으면 더 심각하다. 공식 국가채무에다 공공기관 부채, 국가보증채무,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을 합치면 2008년 말 현재 1296조 원에 이른다. 이 기준에 따른 GDP 대비 비율은 126.6%로 껑충 뛴다. 우리 재정 불안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 국내외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도 안 되지만, 재정사업을 공기업이 떠맡는 일이 적지 않은 현실 등을 감안할 때 경각심을 늦춰서는 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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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재정은 위기가 닥쳤을 때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빚의 복수(復讐)’를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재정건전성 관리는 소홀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