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선 기업 16%가 70세 정년… 美에선 재취업 위한 무료교육 탄탄
美 채용때 연령차별 금지법… 은퇴후 공공시설 취업 도와
고령자 받아들이는 기업
日 수십년 쌓인 노하우 중시… “성실성도 신입사원에 모범”
은행 지점장으로 일하다 3년 전 퇴직한 권모 씨(58)는 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이웃집 노인이 분주하게 지역사회 활동을 벌이던 모습이 요즘 부쩍 떠오른다. 당시 60대 중반이던 이 노인은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시민단체에 적은 돈일망정 기부하는 ‘품위 있는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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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즐거움 고령자들이 일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한다는 안정감을 가지는 것은 품격 있는 사회의 중요 요소로 꼽힌다. 일본 도쿄의 네리마 구청에서 의료보험카드를 정리하는 노인들은 주 20시간 정도 근무하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은 1967년 연령차별금지법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렸고 1986년에는 이를 개정해 채용과 급여 등에서 나이 차별을 금지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노동후생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일 기준으로 종업원이 31명 이상인 일본 기업 약 13만6600곳 중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 비율은 16.3%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이 비율을 20%로 높일 계획이다.
○ 일하는 노인들로 사회가 밝아져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일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연령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안정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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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 주에 사는 들로레스 울시 씨(64)는 미 적십자로부터 행정직 재교육을 받은 뒤 한 비영리단체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인턴 일이 끝나면 민간기업에 취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시 씨가 60대 중반의 나이에 민간기업 취업까지 꿈꿀 수 있는 것은 미 적십자가 연방정부와 주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55세 이상의 실업자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를 이용한 덕분이다. 미 적십자 캔자스지부의 홍보담당 매니저인 제임스 윌리엄스 씨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고령자들은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가진 뒤 경험을 살려 일반 기업에 자리를 얻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업자들의 무료 재교육과 재취업 시스템이 탄탄히 구축되어 있어야만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확보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우는 뿌듯함 은퇴한 고령자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이들이 지닌 삶의 지혜를 공유해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은퇴자를 위한 ‘선시티’ 도서관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노인들이 이곳을 찾은 주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특히 2000년에 들어선 뒤 SCSEP의 운영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종전까지는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하는 방식이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SCSEP는 고령자들이 취업을 하는 데 필요한 훈련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민간기업에 고령자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 고령자를 받아들이는 문화도 중요
정부 차원의 일자리 지원 못지않게 민간기업이 고령자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는 실업 증가와 고령화사회로 치달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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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야혼포가 60세 이상 종업원들에게 일자리 문턱을 낮춘 것은 15년 전 겪은 뼈아픈 시행착오의 결과다. 당시 31세에 경영권을 넘겨받은 다카다 신고(高田信吾) 사장은 경험 많은 고령 종업원을 줄이고 의욕에 찬 젊은이를 대거 채용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젊은이들은 전통과자 제조기술을 제대로 익히는 데 필요한 장기간의 숙련 과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회사를 뛰쳐나갔다. 회사를 떠받치는 힘은 현장에서 수십 년간 업무 노하우를 쌓은 고령 종업원임을 깨달은 다카다 사장은 인사 원칙을 전면 수정했다. 도라야혼포의 고령 종업원들이 보인 성실한 근무자세는 신입 사원에게 모범이 되고 기술 전수라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고령 근로자가 많으면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큰 반면 생산성은 낮다고 알려진 통설과는 정반대의 사례인 셈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고령자를 근로자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는 노인들을 지역사회의 주요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반적인 의식이 한몫했다. 또 일본 정부의 고령자 노동정책도 소득보전보다는 고령자들이 정년과는 상관없이 계속 일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가 1975년 고령자사업단으로 출범시킨 실버인재센터는 전국 1000여 개 지역센터에 가입한 고령자 회원들에게 가정과 기업,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를 알선해 이들이 활기찬 사회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50세이상 3000명 재취업 알선… 저소득층 국민연금 50% 지원 ▼
■ 한국정부 ‘노령화 사회’ 대책은
한국 정부도 고령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전체 인구의 14.6%(712만 명)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노후생활은 정부뿐만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당사자들로서도 절실한 과제다.
정부는 고령자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저소득층 고령자의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실직자 재취업 사업인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취업을 위한 ‘상담-훈련-알선’이 원스톱으로 이어지는 이 프로그램의 지난해 대상자는 700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000명, 내년에는 4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은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고령자들이 일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직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50대 후반 저소득 가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나이에 따라 연금규모를 깎는 재직자 노령연금 수급요건을 소득수준별로 조정하도록 하고 소득이 있는 수급 대상자가 연금 수령을 연기하면 매년 6%씩 급여를 늘려 지급하는 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노후생활 준비 프로그램도 점차 가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은퇴자들의 노후생활을 설계해 주는 전문사이트 ‘내연금’(csa.nps.or.kr)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연금 가입자는 가입기간을 토대로 자신이 받을 예상 연금액과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점검할 수 있다. 이는 국가와 사회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인이 미리미리 은퇴 이후를 대비해 준비할 항목을 챙겨보도록 하자는 취지의 서비스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