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최고 엔지니어스톡옵션 주식만 75억 넘어“부서이동 스트레스” 유서
삼성전자 현직 부사장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 동기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6일 오전 10시 30분경 삼성전자 이모 부사장(51)이 자택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 아파트에서 투신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유족 증언과 사체 검안 등을 통해 이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이날 부검 없이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투신하기 전 자택에 부서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한 유서를 A4용지에 써서 남겼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KAIST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를 거쳐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및 공정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2006년에는 그룹 내 최고의 엔지니어에게 주는 ‘삼성 펠로’에도 선정됐다.
그가 지난해 3분기(7∼9월)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삼성전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주식은 9400여 주로 27일 삼성전자 주가(주당 80만 원)로 환산하면 75억 원이 넘는다. 남부럽지 않은 ‘부’와 엔지니어로서의 ‘명예’ 모두를 가졌지만 한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속 승진을 계속했는데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