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친구 사귈 생각 있냐기에 “연애하러 온것 아니다” 했더니…■ 지바 롯데 김태균 좌충우돌 日 적응기“요리 잘 못해서 한국-일본 단골음식점 이미 잡았죠WBC때 마쓰자카 상대 홈런, 그런 드라마 쓰고 싶어”
한화와 국가대표에 이어 올 시즌 지바 롯데에서도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새 홈구장인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태균의 여유 있는 표정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지바=황태훈 기자
○ 일본 언론 보도의 오해와 진실
김태균은 5일 일본에 도착한 뒤 몇 번 놀랐다고 한다. 입국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집요하게 달라붙은 취재진은 그의 귀걸이와 선글라스, 옷차림까지 꼼꼼히 살피며 ‘야쿠자 패션’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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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훈련을 할 때도 그랬다. ‘김태균, 99번 배팅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연습타를 세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본 취재진은 이를 하나하나 체크했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요. ‘일본 여자 친구를 사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운동하러 왔지 연애하러 온 게 아니다’고 했더니 ‘김태균, 금욕 선언’이라는 기사가 나오더군요.”
김태균은 최근 평소 좋아하던 팀의 고참 이구치 다다히토(36)에게 예의를 갖추자는 생각에 인사를 하러 갔다. 이구치는 “살을 빼는 게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이에 스포츠신문들은 앞 다퉈 ‘이구치가 훈련교관이 돼 김태균이 진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태균의 몸무게가 평소보다 10kg이나 늘어 110kg이라며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역시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김태균은 “이구치에게 ‘나는 원래 한국에서도 잘 못 뛰었다’고 말한 게 확대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이를 외국인 선수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생각과 다른 기사가 나오더라도 그 나라 문화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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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일본을 익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김태균(왼쪽). 그는 어느새 지바 롯데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기 스타가 됐다. 팬들은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지바=황태훈 기자
“두 남자의 도움으로 편하게 지내요. 요리는 잘 못해서 근처 한국 음식점을 알아 뒀어요. 고기를 좋아해서 일본 야키니쿠 집도 단골집으로 만들었죠.”
요즘 김태균의 하루 일과는 오전 개인 훈련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지낸다. 자칫 무료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그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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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
김태균은 일본 진출을 놓고 고민했다. 9년간 통산 타율 0.310에 188홈런, 701타점. 국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각종 기록을 늘릴 수 있었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택이 필요했어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외국 무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죠.”
김태균은 이달 30일부터 25일간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기간 몸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다.
“어떤 성적을 내겠다고 장담하긴 어려워요. 일본에선 모든 게 새롭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본 투수도 실투를 하게 마련이고 그걸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죠.”
김태균에게 야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는 “내 생각대로, 느낌대로 야구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랩 그룹 ‘거리의 시인들’의 노현태 씨는 김태균이 홈경기에 출전할 때 울려 퍼질 테마곡을 만들어 줬다.
김태균은 올 시즌 어떤 장면을 꿈꾸고 있을까. “지난해 WBC 일본과의 아시아 라운드 1차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만났을 때였어요. 볼카운트 3볼에서 직구를 예상하고 받아 친 게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죠. 그런 드라마를 다시 쓰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서자 60여 명의 팬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사인판과 야구공을 든 채 몇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사인을 받은 이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함께 사진을 찍기 전에 양해를 구하는 건 기본이었다. 김태균은 사인을 한 뒤 한국어로 이렇게 적었다. ‘지바 롯데 김태균.’
지바=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김태균은
△생년월일=1982년 5월 29일 △출신교=천안남산초-천안북중-천안북일고 △프로 경력=한화(2001∼2009년), 지바 롯데(2010년) △프로 통산 성적=타율 0.310, 188홈런, 1091안타, 701타점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성적=타율 0.345, 3홈런, 11타점 △주요 수상=2001년 신인왕, 2008년 홈런왕(31개), 2005, 2008년 1루수 골든글러브
▲ 영상 촬영 : 황태훈 기자
▲ 영상 촬영 : 황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