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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묘책이 신입사원 채용 막아

입력 | 2010-01-15 17:36:40


자산관리공사 노사는 2006년 3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56세부터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정년을 기존 59세에서 60세로 늘렸다. 노조원들이 처음에는 임금 총액이 줄어든다고 반발했지만 정년이 연장된다는 장점을 감안해 결국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이후 자산관리공사의 신입사원 채용은 크게 줄었다. 2007년과 2008년은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다. 자산관리공사 측은 "2007년 계약직 278명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서 신입사원 수요가 없었다"고 설명한 뒤 "정년이 연장된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신규 채용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고령화로 늘어나는 임금 피크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고령화 사회의 추세에 맞추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신규 채용을 억누르고 있어 취업 준비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맏형' 격인 한국전력이 최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신규채용 감소 도미노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의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5월 현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11개사, 민간기업은 41개사다. 정부도 1955¤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을 연장하고 퇴직이 임박한 직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권장하고 있다.

아예 일본처럼 법으로 정년을 연장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모든 기업이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60세에 일단 퇴직시킨 후 희망자에 한해 65세까지 재고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재고용시 임금은 현역 시절의 60% 정도를 준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

하지만 문제는 청년층 고용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지역난방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4개사의 대졸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추이를 조사한 결과 제도 도입 이후 신입사원 숫자가 크게 줄었다.

2006년 7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지역난방공사는 예년 100여명 수준이던 연간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2007년 이후 50명 전후로 줄였다. 2003년 5월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용보증기금은 2004년부터 매년 신입사원 채용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택한 민간기업들은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전의 가세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4개 공공기관의 연간 채용 숫자는 많아야 250여명이었지만 한전은 연간 약 500명 정도를 채용하고 있다. 6개 발전(發電) 자회사까지 합치면 연간 약 700명을 뽑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한 간부는 "고용은 당시 기업 사정과 전반적인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가 정한 정원이 한정돼 있는데다 기존 직원들의 근무기간을 1, 2년씩 연장하면 결국 신입사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일자리 유지 묘안으로 짜낸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면이 있다"며 "임금 피크제로 마련한 재원을 정년 연장에만 쓰지 말고 신입사원의 고용여력을 늘리는데도 쓰는 세대간 타협을 이루는 고용관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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