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뛰쳐나오자 폭삭… 주유소엔 화염강도 무서워 한인끼리 밤새우고 국경으로”
○ “산사태로 계곡이 평지로 변해”
토목회사인 데코의 강돈일 상무(49)는 지진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프랑스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방문 중이었다. 그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책상이 흔들거리다 튀어 올랐다”며 “동시에 사무실의 집기들이 쓰러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고 급박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강 상무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와 보니 땅바닥이 출렁거렸다. 땅이 흔들리는 게 약간 진정되자 곧바로 차에 올라탔지만 5km 거리의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여진은 계속됐다. 길가에서는 절규하는 목소리들이 들렸고, 먼지 구름이 온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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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으로 나온 직후 사무실 무너져”
가까스로 전화가 연결된 현지 교민 김성경 씨(27·발전설비업체 ESD 직원)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었던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 집도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20∼30초간 약한 진동이 있었다. 곧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 현지 직원들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무작정 따라 나갔다. 나오자마자 단층 회사 건물이 와르르 주저앉았다. 나와 보니 사방이 건물 잔해에 막혀 있었다. 가스가 새 폭발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근 주유소에서 불이 나 더욱 불안했다. 거리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고 놀란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지진 발생 2시간 만에 겨우 휴대전화가 연결됐다. 전화국은 물론이고 병원 슈퍼마켓 경찰서 모두 무너지고 마비됐다고 했다. 포르토프랭스의 직원 숙소로 가서 직원들과 밤새 대책회의를 했다. 밖으로 나가면 주민들에게 식량마저 빼앗길 것 같아 나가지 못했다.
13일 오후 차를 타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했다. 육로로 꼬박 9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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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평화유지군 이선희 소령 “먹을것-식수 가장 급해”▼
아이티에서 유엔안정화지원단에 근무 중인 이선희 소령(43·여군 35기)은 14일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현지 전화 인터뷰에서 “먹을 것과 식수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파견된 이 소령은 유엔평화유지군에 소속된 경찰의 유류와 식량, 식수 등을 담당하는 군수장교로 근무 중이다. 이 소령은 “교민 대부분이 유엔본부에서 가까운 소나피공단에서 봉제업을 하고 있는데 공단을 둘러싼 벽돌담이 무너졌고 컨테이너까지 나뒹굴어 처참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바로잡습니다]15일자 A1·3면
◇15일자 A1·3면 아이티 지진 기사에서 언급된 토목회사 ‘데코’는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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