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람의 나라’ 펴낸 강철근 교수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최남단 하테루마(波照間) 섬에는 현 교육위원회가 1953년 세운 추모비가 있다. 15세기 말 오키나와의 류큐(琉球)왕국에서 활약했던 오야케 아카하치, 일명 ‘홍가와라(洪家王) 아카하치’를 기리는 비석이다.
이 아카하치가 바로 조선의 홍길동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장편소설이 나왔다. 강철근 경희대 한류문화언어학과 교수(사진)가 지은 ‘사람의 나라’다. 소설은 조선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활빈당수 홍중산(소설 속에서 ‘길동’은 중산의 아명)이 오키나와로 건너가 정착한 뒤 율도국을 세우고 세력을 펼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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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현 구메(久米) 섬에는 구시카와(具志川) 성터가 남아 있다. 강 교수는 “얇은 돌을 기왓장처럼 포개는 오키나와 방식과 달리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쌓은 방식이 홍길동의 마지막 근거지로 알려진 충남 공주시 무성산성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 야에야마(八重山) 민속박물관에는 조선의 것과 흡사한 농기구도 전시돼 있다.
소설은 활빈당과 백성을 이끌고 류큐왕국 인근에 있는 하테루마 섬에 정박한 중산이 이시가키(石垣) 섬에 율도국을 세운 뒤 구메 섬을 점령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부분도 기존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강 교수가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다. 강 교수는 “하테루마 섬은 산호초가 많아 큰 배가 정박할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류큐왕국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첫 정박지로 적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이시가키 섬에 정착했다고 설정한 것은 조선 관련 유물과 유적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1년 반 동안 자료조사를 하고 오키나와를 방문해 관련 유적을 답사했다. 그는 “홍길동이 소설이나 만화영화 때문에 도술을 부리는 전설 속 인물 정도로만 취급받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홍길동의 민권 사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진보적인 것으로 현대에도 곱씹어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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