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롤스로이스 아태 총괄 대표… 최고급 세단 ‘고스트’ 공개
“초고가 명품을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돈, 사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그걸 살 수 있도록 허락하는 용인(容認)이죠.”
신차발표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콜린 켈리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대표(사진)는 13일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서 ‘용인’은 구매자 자신이 소비를 납득하는 것과 구매자의 가족이 허락하는 것, 구매자가 소속된 사회가 그 같은 소비를 받아들이는 것 등 여러 차원을 의미한다.
켈리 대표는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한국에 부족한 것은 돈이나 사회적 용인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잠재 고객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간단하다는 주장이다. 차의 뒷좌석에 태우거나 직접 운전대를 잡게 해 제품을 접하게 하면 된다는 것. 영국 본사의 공장으로 데려와 수공예 수준의 생산 현장을 직접 보게 하는 것은 ‘판매 보증수표’가 된다. 그는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롤스로이스 고객에 한해 보자면 용인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사회가 오히려 서구보다 더 관대한 것 같다”며 “다만 한국은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신형 모델 ‘고스트’를 선보였다. 최고급 4도어 세단으로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4억3000만원이다. 김미옥 기자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롤스로이스는 세계에서 1002대를 팔았다. 2008년 1212대를 판 것과 비교하면 약간 떨어지지만 무난한 실적이라고 했다. 켈리 대표는 “우리 고객은 초고액 순자산을 보유한 개인들이며, 이들은 경제난이 왔을 때 돈이 없어 롤스로이스를 못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쟁 제품도 다른 자동차회사의 ‘슈퍼 카’가 아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부호라면 좋아하는 차를 6, 7대 사서 차고에 둘 수도 있다. 반면 요트를 사느라 롤스로이스 구매를 미룰 수도 있다.
고스트는 롤스로이스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운전자에게 최대한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6.6L 트윈 터보 V12 엔진을 채택해 롤스로이스가 지금까지 만든 차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라고 한다. 켈리 대표는 “팬텀이 턱시도라면 고스트는 일반 정장”이라며 “둘은 형제라기보다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사촌간”이라고 표현했다. 롤스로이스는 자신들의 제품이 마치 유령처럼 조용하다는 의미에서 팬텀, 고스트 등의 이름을 붙인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롤스로이스 신차 고스트(Ghost)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