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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손잡은 李 前회장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

입력 | 2010-01-11 03:00:00

“아직 배울게 많은 어린애들”
언론 스포트라이트 받게해
68번째 생일 가족 총출동
이재용 부사장은 뒤에서 보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9일(현지 시간) 두 딸의 손을 잡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자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 전 회장의 큰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 이 전 회장,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부인 홍라희 여사. 사진 제공 삼성전자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9일(현지 시간) ‘CES 2010’ 참관은 ‘삼성가(家)의 가족 나들이’ 같았다. 부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이부진 신라호텔 및 에버랜드 전무,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이 모두 전시회를 둘러봤기 때문이다.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와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 등 두 사위도 함께했다. 마침 이날은 이 전 회장의 68번째 생일이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작심이라도 한 듯 두 딸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했다. 이 전 회장은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며 두 딸을 불러 양쪽에서 팔짱을 끼게 하고는 행사장을 함께 걸어 다녔다. 하지만 ‘자식들이 든든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내가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는 걸 보라. 아직 어린애들”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부진 전무는 다른 가족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전시장에 도착해 삼성전자 임원들과 함께 전시장 입구에서 10여 분 동안 이 전 회장을 기다리기도 했다.

반면 이 부사장은 갈색 마이바흐 승용차를 함께 타고 호텔과 전시장을 오갈 정도로 이 전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지만 정작 전시장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조용히 뒤를 따랐다. 그 대신 이 전 회장이 관심 있게 살펴봤던 파나소닉과 소니 등 경쟁사의 3차원(3D) TV를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과 함께 다시 한 번 살피는 등 이날 행사를 ‘후계자 수업’의 하나로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부사장은 CES 기간 내내 전시장을 지키면서도 기자들과의 대화에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 부사장은 “(이 전 회장에게) 다른 전시장은 가지 말고 삼성전자 전시장만 보시라고 권했더니 (이 전 회장이) 다른 전시장도 봐야 하고 LG전자까지 꼭 봐야겠다고 하시더라”는 등 가족끼리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경쟁사 주력 모델의 가격까지 기억하는 등 경영 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홍 여사는 행사장에서 계속 뒤로 물러나 다른 가족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렸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이 전 회장 근처로 자리를 옮기라고 권해도 “저는 괜찮아요. 뒤에 있을게요”라고 말하며 주목받는 자리를 피했다.

행사장 곳곳을 방문했던 이 전 회장 일행 가운데 가족도 아니고 삼성전자 사장단도 아닌 유일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이었다.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라던 이 고문은 이날도 그림자처럼 이 전 회장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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