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의 실태와 과제전략 로드맵 가진 기업 25.8% 불과조직 혁신으로 ‘지속가능 우선’ 전파새 시장 찾아내는 ‘게임 체인저’ 전략을
지속가능 경영이 글로벌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메가톤급 폭풍’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평준화되고 있으며 품질, 가격, 서비스 등 기존 경쟁 요소로 더는 소비자를 매혹시킬 수 없다. 특히 일부 혁신 기업은 선도적으로 지속 가능 이슈에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도 이제 지속가능 경영을 부담스럽게만 생각하지 말고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새로운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8호는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을 소개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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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략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 경영을 조직 핵심 전략과 연계하고 성과 평가체계에 반영해 자사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안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드물었다. 조사대상 기업 중 핵심 전략과 연계된 지속가능 경영 로드맵이 있는 기업은 25.8%에 불과했다. 핵심 전략과 연계된 성과 지표를 보유한 기업도 6.5%에 그쳤다. 지속가능 경영이 조직 내에 뿌리를 내리고 전략적으로 통합돼 있으며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단 2%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 경영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면 주먹구구식의 산발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 우위를 확보할 중장기 단계별 추진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 기업들은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거나 제품과 기업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등 남보다 한발 앞선 경쟁 우위를 만들어내고 있다.
듀폰은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개선한 결과 10년간 20억 달러의 경비를 절감했다. IBM도 온실가스 저감을 추진해 지난 5년간 1억15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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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00년 이후 무려 2억 달러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하며 ‘석유를 넘어선 회사(beyond petroleum)’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이 결과 세계 정유업계가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BP의 브랜드 파워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규제에 적극 대응해 초기 진입자가 이득을 얻는 선점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듀폰은 오존층 파괴 물질로 알려진 프레온가스의 대체물질을 한발 앞서 개발하고, 프레온가스 생산을 금지하는 몬트리올의정서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이 결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 앞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김연성 인하대 교수는 “한국 기업도 중단기적으로는 지속가능 경영을 차별화된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내부 혁신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 경영을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일은 한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 우선’이라는 마인드가 모든 부서와 종업원에게 깊숙이 전파되고, 조직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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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경영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거나, ‘무늬만 친환경’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회사의 성과평가 체계에 지속가능 경영 관련 지표를 반영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석유기업 셸은 임원 보너스의 25%를 지속가능 지표의 달성 여부로 결정한다. 평가 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 기름 유출 사고, 사업부별 사건 사고 등이 포함돼 있다. 듀폰은 투입되는 자원을 줄이도록 혁신을 유도하는 ‘제품 중량 대비 주주 부가가치 비율(SVA/lb)’ 지표를 활용해 개인과 사업부의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국의 테스코처럼 지속가능 경영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해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지속가능 경영전략 5단계 성과 진단→핵심 파악→목표 설정→전략 수립→실행▼
올바른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수립하려면 성과 진단, 핵심 과제 파악, 지속가능 경영 목표 설정, 전략 수립, 전략 실행이라는 5단계 방법론이 필요하다. 지속가능 경영은 아직 국내 기업에 다소 낯선 개념이다.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 한다’가 아니라 제도와 절차에 근거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선택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과 진단은 자사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에 관한 자료 분석 및 내부 인력과의 인터뷰 과정을 의미한다. 자사가 현재 상황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실시할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작업이다.
핵심 과제 파악은 직원들이 모아놓은 여러 지속가능 관련 과제에 대해 경영진이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다.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성숙도에 따라 과제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때 성숙도는 4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자사가 지속가능 경영에 대해 막 인지하기 시작한 잠복기인지, 지속가능 경영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부상기인지, 관련 제도와 법규를 시행하는 성숙기인지, 지속가능 경영 전략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은 제도기인지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제도기에는 회사 내부뿐 아니라 주주, 사외이사, 협력회사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도 지속가능 과제들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월마트의 스콧 리 회장이 그린 월마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주주 월튼가(家)에 이 전략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그들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목표 설정은 경영진이 뽑은 지속가능 경영의 우선 과제에 대해 동종 업계 내에서 벤치마킹 사례를 찾는 작업이다. 이때 자사와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전반적인 지속가능 경영 실태를 비교하면 안 된다. 반드시 특정 과제를 중심으로 우리 회사가 벤치마킹 대상 회사보다 어느 정도 뒤떨어져 있는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전략 수립은 벤치마킹 사례에서 찾은 자사의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 계획을 만드는 작업이다. 크게 위험 노출 최소화, 제품 포트폴리오 변경, 비용 절감, 신규 수익원 발굴이라는 4가지 방안 중 벤치마킹 회사와의 격차를 가장 빨리 줄일 방법이 무엇인지를 택해 이에 매진해야 한다.(표 참조)
전략 실행은 수립 계획의 비용 대비 이익을 분석하고, 이를 회사 내의 성과평가체계(KPI)와 연동시키는 작업이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사내에 지속가능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일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를 의장으로 하는 지속가능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지속가능 경영 전담 임원 및 전담 조직 등을 운영할 수 있다.
이때 형식적인 위원회를 만들지 말고, 해당 위원회가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듀폰은 과거 매월 열렸던 환경 리더십 위원회를 폐지하고, 이를 채드 홀리데이 CEO가 직접 지휘하는 지속가능 성장 협의회로 바꿨다. 횟수 자체는 연 12회에서 3회로 줄었지만 CEO의 직속 위원회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효과적인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
홍대순 아서디리틀(ADL) 부사장 hong.daesoon@adlittle.com
박천홍 아서디리틀(ADL) 상무 park.cheonhong@adli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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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또 다른 자아 ‘아바타’의 경제적 가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와 함께 현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순적인 욕망’을 갖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아바타를 가꾸는 데 돈을 들이는 것도 이런 욕구에서 기인한다. 아바타에게 근사한 옷을 입히고, 강력한 무기를 주고, 멋진 남자친구를 선사하려고 해마다 사람들이 치르는 돈이 국내에서만 1조 원에 이른다. 최근 신경과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내가 나를 인식하는 뇌 영역을 찾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 전쟁과 경영/명분 vs 실리, 공민왕의 첫 해외 파병
원나라는 놀라운 속도로 제국을 성장시켰지만 몰락도 빨랐다. 반란 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원나라는 1355년 고려에 원병을 요청했다. 고려군이 크게 활약하고 돌아온 후 공민왕은 노골적인 반원 정책을 실행했다. 이는 민족주의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정책이었다. 원나라가 몰락하고 중국에 한족(漢族) 국가가 새로 들어서면 원나라와 혈연관계를 맺은 고려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Lecture for CEO/“21세기에 모순은 없다” 패러독스 경영 시대
패러독스 경영은 차별화와 저원가, 창조적 혁신과 효율성,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규모의 경제와 빠른 속도 등 얼핏 보면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요소들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날로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21세기에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모순적 요소를 잘 결합한 패러독스 경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핵심 역량인 빠른 속도와 혁신을 어떻게 결합할지 잘 연구해야 한다.
▼ Egon Zehnder Report/느슨하면서도 빈틈없는 3개년 계획의 힘
세계적인 무역회사 리&펑의 윌리엄 펑 사장은 자신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이 말의 본뜻은 리&펑이 사업 계획을 해마다 세우지 않고 ‘중앙집중식’으로 3개년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리&펑이 경직돼 있거나 관료적이지는 않다. 경영진이 3개년 사업 계획과 목표를 세우지만,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전적으로 각 부서 관리자들의 자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