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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소비자 평가에 왜 ‘편향’이 있을까

입력 | 2010-01-09 03:00:00

조사 참여만으로 만족도 높아져
조사 미리 알면 냉정하게 평가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해당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실제 구매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소비자 편향(bias)을 막으려면 조사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한 뒤에 만족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 DBR 사진

기업들은 매년 소비자만족도 조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이런 소비자 조사에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조사가 올바른 절차에 따라 정확히 진행된다면 조사 결과는 설문에 참여한 고객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의 의견까지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가정이 옳을까. 최근 세계적인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에 윤성아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이스라엘 히브리대 경영대의 체지 오피르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 이타마르 시몬슨 마케팅 교수와 함께 실은 논문은 이런 가정을 뒤엎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8호(1월 15일자)에 실린 주요 연구성과와 시사점을 간추린다.

조사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제품 및 서비스의 질적 요소 외에도 소비자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 평가가 편향(bias)되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만족도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향후 그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는 응답자가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든 낮다고 답했든 상관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4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컴퓨터를 사겠느냐’는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보다 이후 6개월 동안 정말로 컴퓨터를 구매할 확률이 18%나 늘었다. 자동차는 설문 이후 6개월 동안의 구매율이 37%나 증가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만족도 조사를 실행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소비자는 ‘해당 기업은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추론(positive inference)을 한다. 또 이미 서비스를 경험해봤다면 이러한 긍정적 추론으로 자신의 경험을 좋게 기억하거나 해석한다.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런 조사 결과는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의 만족도나 향후 구매 여부 등을 과대 예측하게 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소비자만족도 조사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소비자 조사 참여가 항상 긍정적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따라 조사는 편향된 결과를 낼 수 있다. 소비자가 조사에 참여할 것임을 미리 알고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하면 조사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체험한 사람보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더 냉정하고 나쁘게 평가한다.

예를 들어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카운터 직원으로부터 ‘고객님이 투숙하시고 나서 체크아웃하실 때 저희 호텔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하실 예정입니다’라는 정보를 들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자신이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지 못한 채 조사에 응한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낮은 만족도 평가를 내린다.

왜 그럴까. 미리 조사에 대한 정보를 들은 사람은 스스로 추측을 하게 된다. 고객들은 보통 ‘기업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좋고 만족스러운 점보다는 나쁘고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한 피드백(negative and critical comments)을 더 원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서비스만족도 조사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서비스의 나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고객들은 ‘나쁜 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role expectation)을 갖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냉정한 시각으로 나쁜 점을 중점 관찰하므로 만족도 평가가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만족도 조사를 미리 알고 있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보다 서비스의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훨씬 잘 기억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무조건 ‘정확한 판단을 해 달라’고 하거나 만족도 조사 참여가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만 언급하는 것으로는 소비자의 편향을 없애기 힘들다.

조사 참여 예고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을 줄이려면 미리 평가에 대한 예고를 하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한 뒤에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게 좋다. 예고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추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사자는 참여자들에게 조사 참여 예고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기존의 연구 결과 등)을 알려줘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면 된다. 또 구체적으로 ‘기업은 긍정적·부정적 피드백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부정적 피드백만 관찰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소비자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새로운 욕구가 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 소비자 심리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돼 왔다. 하지만 이런 조사 자체가 참여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소비자 조사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윤성아 고려대 경영대 교수 soyoon@korea.ac.kr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8호(2010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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