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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들은 사람 셋이 모이면 그중에 리더가 생긴다고 말한다. 또 목적을 가진 집단은 언제나 톱을 만들어 낸다. 전교 1등, 매출 1위, 베스트셀러 1위, 검색순위 1위. 1등에 대한 강박관념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1등에 대한 욕망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개그콘서트 대사가 유행이라는데 1등을 기억하는 것은 세상의 냉엄한 이치이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김연아의 1등, 양용은의 1등엔 환호하면서 내가 1등을 못했다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이중기준이다.
롤러코스터 탄 한국 사회
우리가 가진 1등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로 본 대한민국’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4위이지만 조선업은 명실상부 세계 1등이다. 선박사업은 1970년대 이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결과 2008년 선박 수주량은 467척으로 세계 2위인 일본을 일찌감치 제치고 독주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09 세계속의 대한민국’을 보면 금속산화막반도체(MOS) 메모리 수출액, 합성섬유 수출량에서 한국은 1등이다. 이스라엘이 통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약간 미덥지 못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IQ)는 107로 세계 1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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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검증되지 않았으나 직관으로 이해할 수 있는 1등 또한 많다.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세계에서 안보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일 것이다. 그런 상황치고는 국민의 안보의식이 희한하리만큼 느슨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인정하듯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이고, 그에 수반돼 나타나는 현상으로 1인당 사교육비 지출도 세계 1위일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세계 1등과 세계 꼴찌가 번갈아 나타나는 롤러코스터 같은 사회다. 롤러코스터를 타 본 사람은 짜릿함에 매료되지만 현기증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가진 이런 역동성은 부작용도 낳았지만 오늘의 발전상을 만들어낸 힘이다. 기자들은 흔히 ‘한국은 기삿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하다못해 우리나라가 잠잠하면 북한이라도 꼭 사고를 쳐서 뉴스를 제공하니까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자랑스러운 1등 많아지길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1등과 세계 꼴찌가 사실은 내부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갖지 않았으면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과 세계 1위의 조선업을 갖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하다 보니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가 되었고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보니 낙오자 또한 많아져 자살자도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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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