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오프 범위에 ‘통상적 노조 관리업무’ 추가… 업계 속앓이
광고 로드중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는 또 다른 걱정에 빠져 있다. 이들은 “한국노총과 한국경총 등이 참여한 노사정(勞使政) 합의안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한나라당이 발의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그보다 더한 개악(改惡)”이라고 주장했다. 직원이 170∼350여 명인 중소기업 네 곳의 대표를 24일 전화로 인터뷰해 고민을 들어봤다.》
모호한 ‘통상업무’ 개념
노무 전문인력 없는 中企도
타임오프 범위 협상 불가피
상급노조 개입땐 속수무책
복수노조땐 설상가상
사실상 전임자 우후죽순
강성노조 생길까 우려도
○ “가뜩이나 노무비용 높은데…”
자동차부품업체 A사의 박모 대표는 “한나라당 개정안대로 노조 전임자의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면서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우리 같은 회사는 노조 전임자 인건비가 지금의 3배 이상으로 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 로드중
종업원 240명 규모의 B사 김모 대표도 “현재 노조에 주는 돈이 전임자 임금과 사무실 유지비, 유류비 등 연 4000만 원 정도인데 이 돈을 그대로 다 주거나 더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이민경 노무사는 “중소기업들은 노조 전임자 1명이 담당하는 노조원 수가 대기업보다 훨씬 적어 전임자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러나 복수노조 허용과 타임오프제를 함께 실시하면 오히려 노무비용이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조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00명 미만 사업장은 38.4명, 100∼299명 82.4명, 300∼999명 111.0명, 1000명 이상 196.9명이며 중소기업 노조 전임자들의 업무량은 대기업 노조 전임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 “법 제대로 아는 사람 없는데…”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C사의 최모 대표는 “개정법이 시행되면 우리 회사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와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전임자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업무’가 뭔지를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면 상당수 사업장에서 이를 두고 노사협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최 대표는 “민주노총 등 잘 조직된 상급단체들이 중소기업 노조들에 협상 논리를 제공하면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며 “회사 측에는 노동 관련 법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전담인력조차 없는 게 상당수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종업원이 200여 명인 D사도 “우리는 설립 이후로 무분규 사업장인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센 노조’가 들어올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타임오프제:
근로시간 면제 제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 측의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단체교섭, 고충처리, 산업재해 예방 등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업무에 종사한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