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에 인기는 금메달감인데…“불안한 미래 바뀐게 없어요”광고 찍고 소속팀도 생겼지만 스폰서 없어 훈련 제대로 못해새 경기장 눈 못뿌려 무용지물 내년2월 밴쿠버올림픽 큰 부담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 달간의 해외 대회 출전과 전지훈련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대표팀은 오후에 팬 사인회와 스키 강습회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대표팀이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영화 덕분이다. 스키점프 선수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린 영화 ‘국가대표’는 관객 837만 명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광고와 책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소외 종목 중 하나였던 스키점프가 어느새 최고의 인기 종목이 된 것이다.
스키점프 대표팀이 22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에서 열린 팬사인회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면서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흥수 코치, 강칠구 최용직 최흥철 김현기. 정선=홍진환 기자
○연락 뜸하던 친구도 연락
대표팀은 김흥수 코치(29)를 비롯해 최흥철(28) 최용직(27) 김현기(26) 강칠구(25) 등 5명이다. 이들은 막내인 강칠구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18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영화 개봉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르다. “17년 8개월과 나머지 4개월간의 생활은 하늘과 땅 차이죠.”
대표팀은 막노동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제 생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최흥철과 김현기가 하이원에 입단했고, 최근 김 코치와 나머지 선수 2명도 하이원 소속이 되면서 일정한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다.
○훈련 여건과 불안한 미래는 여전
관심이 커졌다고 근본이 바뀌지는 않았다. 훈련 여건과 불안한 미래는 그대로다. 훈련비를 대줄 팀 스폰서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 대표팀은 대여섯 개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담되기도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부담도 크다. 최흥철은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야기만 나오면 ‘금메달 꼭 따세요’라고들 덕담을 한다. 우리 실력으로는 메달 따기가 힘든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현기는 “부담이 커서 개인 홈페이지를 폐쇄했는데 일부에서 ‘인기 좀 얻었다고 거만해졌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며 씁쓸해했다.
어쨌든 언제까지나 영화 속 주인공으로만 머물 수는 없는 일. 선수들은 “스키점프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영화의 힘이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만들어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정선=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