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포의 바깥 부분에는 층층이 쌓아져 있는 1000개의 원반이 있으며, 원반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로돕신들이 세포마다 1억 개씩 들어 있다.
로돕신들이 눈 속으로 들어온 빛 알갱이와 결합하면 세포는 전기를 띄게 된다. 로돕신은 일회용이라서 빛에 한 번 노출되면 재생을 위해 원반과 함께 떨어져 나간다. 핵이 있는 안쪽 부분에서는 사립체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떨어져 나간 만큼 새 원반을 만들어 보충한다. 지금도 우리가 세상을 보고 있는 동안 눈 속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로돕신이 쉴 새 없이 반짝거리며 사라져가고 있다.
“아빠. 원뿔세포가 없다면 어떻게 돼요.” “안경을 써도 잘 안 보이게 될 거고, 세상은 흑백이 될 거야 그리고 눈부시지 않게 항상 색안경을 써야 되겠지.”
“막대세포가 없으면요.” “시력과 색각은 정상이지만 시야가 좁아지고, 야맹증이 생길거야.” 실제로 5000명 중 한 명꼴로 이렇게 살고 있다.
그때 옆에서 괴상한 질문이 날아온다. “여보, 난 당신에게 원뿔이에요, 막대예요?” 앗! 이것은 함정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는 질문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아빠 한 번 보고, 엄마 한 번 보며 당혹해 하던 막내딸의 표정이 생각난다. 하마터면 ‘당신은 내게 원뿔이야.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은 암흑이거든…’이라고 할 뻔 했다.
이성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