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모종린]재외국민 투표 공정-편리하게

정당과 선관위가 2012년 재외국민 투표 준비에 분주하다. 공직선거법을 2일 개정함에 따라 재외국민은 2012년 4월 총선의 비례대표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2012년 선거에 참여할 재외 유권자는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18대 총선에 참여한 전체 유권자의 6.1%이다.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일본 도쿄 오사카 등 10만 명 이상의 선거인이 거주하는 대형 선거구도 여섯 개 지역으로 파악됐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승부가 50만 표 내외의 차이로 갈릴 정도로 경쟁적인 한국의 정당구조를 고려할 때 재외국민 투표는 정당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된다.

투표방법에 따라 참여율 달라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정당과 지역에선 과열 증세까지 보인다. 한나라당이 재외국민특위를 10월에 구성하고 세계를 8개 지역으로 나눠 자당 의원을 지역대표로 임명하자 야당은 일제히 사전선거운동이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교포의 비례대표 출마설, 한국 정치인의 빈번한 방문, 교포단체의 선거운동 준비로 교포사회 분위기도 들뜬다.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교포사회 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부 정당과 교포의 기대와는 달리 일반 재외국민은 선거 참여에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가 14일 보도한 단국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외국민의 참여 정도는 투표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거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26.1%가 꼭 투표하겠다고 대답했고, 방법이 편리하면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52%나 차지했다. 투표 방법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이나 우편이면 하겠다는 응답이 60%,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하겠다는 대답은 12%에 불과했다. 공정하면서도 편리한 방법의 개발 없이는 적정 수준의 투표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방법이 문제가 된 이유는 재외국민이 영사관에 직접 가서 투표해야 하는 현행 제도가 다수의 재외국민에게 큰 불편과 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영사관에 투표소를 설치해서 투표하게 만든 이유는 재외국민 투표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투표 참여율 제고를 위한 대안으로 인터넷과 우편투표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대리투표 등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영사관이 위치한 지역 외에 추가적으로 투표소를 배치하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우편투표 방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서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투표소를 늘리는 것이다. 투표율을 높이지 않으면 재외국민 선거가 일부 권력지향적인 교포사회 지도자를 위한 선거로 전락한다.

교민이익보다 모국발전 기여를

재외국민 선거가 성공하려면 국민 의식도 개선돼야 한다. 인기영합적인 정책으로 재외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당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또 선거 관련 문서를 외국어로 작성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재외국민도 선거에 참여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재외국민의 의식도 개선돼야 한다. 많은 교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모국에 대한 책임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또 한국 선거 참여를 통해 교민사회의 좁은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는 시작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로 출발하길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지 모른다. 재외국민 투표는 세계화와 다문화시대에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국가적 과제이다. 우리 모두가 이를 인정한다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할지 모른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안민정책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