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에는 10대부터 80대까지, 주부부터 현역 국회의원까지 나이, 직업, 지역이 다양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1972년 설립 이후 TV, 인터넷 등을 이용한 원격교육과 전국 13개 지역대학에서 실시하는 출석수업을 통해 대학 과정을 마친 47만 명의 학생들에겐 국립대학의 정규 졸업장이 주어졌다.
직장인도 정규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등록금도 일반 대학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늦깎이’ 대학생들이 방송대를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대에서 80대까지…재학생 18만 명의 ‘메가 유니버시티’
수업시간 자유롭게 선택… 직장인도 얼마든지 학업가능
졸업생에겐 4년제 국립대학 졸업장 수여
○ 이직 위해, 학문적 호기심으로, 못 이룬 꿈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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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일본 와세다대 겸임교수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오종남 서울대 통계학과 초빙교수(57·일본학과 1학년)도 현재 방송대 학생이다. 오 교수는 통계청장 시절이던 2003년 영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IMF 총재나 세계은행 총재 등의 영어통역을 할 정도의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진 오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던 ‘영문학’ 공부를 위해 방송대의 문을 두드렸다. 오 교수는 “통계청장이 낮에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야간대학에도 다닐 수 없었다”며 “방송대에서 일을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대 영문학과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읽었을 리가 없고,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의 유래와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방송대에서의 학업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2007년 영문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올해부터는 일본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한지공예강사 김연미 씨(42·여·문화교양학과 4학년)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고, 부모님이 ‘여자는 그만하면 됐다’며 말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써보지 못했던 ‘학사모’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았다. 그래서 주부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공부를 하기 위해 2006년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했고,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김 씨는 “방송대 입학은 살면서 잘한 선택 중 하나”라며 “시험 때 스트레스조차 즐거움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방송대는 누구에게나 큰 힘”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은 공부할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방송대를 권했다. 나이, 직업, 소득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입학할 수 있고,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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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방송대에 입학한 김종우 씨(27·경제학과 4학년)는 “정규 대학 과정을 마쳤지만 배움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나 정규 코스를 밟지 못해 배움의 끈을 놓은 사람, 경제적 형편 때문에 대학에 다니기 어려운 분들 모두에게 방송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방송대 입학 후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 이직에 성공한 직장인 김진용 씨(31·법학과 4학년)는 “법 관련 지식이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공부가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누구라도 도전하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대 영문학과 졸업 후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면서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영임 씨(30·여·영문학과 졸업)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방송대를 통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이 현실이 되게 하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 고위 공무원 배출 5위…인재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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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행정안전부의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에 수록된 17개 분야 17만2865명 중 방송대 출신은 8716명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이어 4번째로 많다. 국가인재 DB는 행정안전부가 정부기관에 인재 추천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방송대 김성수 기획처장은 “방송대는 어떤 학생이 입학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공부를 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원격대학이 목표”라며 “교수들의 연구 분위기를 고취하고,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