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앞바다 수중르포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앞바다 무인도인 섶섬 인근 18m 수중의 말미잘 군락에서 귀여운 모습의 흰동가리돔이 본보 기자 앞에 나타났다(위). 흰동가리돔은 아열대 어종으로 제주 부근 바다에 정착했다. 몸색깔이 선명한 노랑자리돔(아래 왼쪽)과 험상궂은 얼굴과는 달리 나풀거리듯 화려한 날갯짓을 치는 쏠배감펭(아래 오른쪽). 사진 제공 수중사진가 김건석 씨
생태계 변화 계속 추적해 새 어족자원 개발에 활용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보목동 앞바다의 무인도 섶섬 인근 18m 수중. 말미잘 사이로 검은색 바탕에 흰줄 두 개가 그어진 앙증맞은 흰동가리돔이 모습을 나타냈다. 꼬리가 옅은 노란색을 띠어 수컷으로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멀리 달아나지 않고 말미잘 군락을 배회했다. 호주 동북부 산호초 지대 등에 서식하는 아열대 어종이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년)의 주인공인 흰동가리돔은 수중사진작가의 주요 모델로 5, 6년 전부터 제주 부근 바다에서 간혹 관찰됐다. 해류를 따라 흘러들어온 뒤 겨울철에도 떠나지 않고 제주 부근 바다에 정착했다. 섶섬 인근 문섬, 범섬에도 다 자란 수컷이 한 마리씩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해까지 관찰된 암놈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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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는 아열대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한두 마리 정도 보이던 쏠배감펭, 청소놀래기, 살자리돔, 연무자리돔, 나가사키자리돔, 주걱치, 샛별돔 등 아열대 어종이 제주 바다에서 산란, 번식을 하며 터를 잡았다. 대부분 구로시오 해류의 지류인 쓰시마난류를 따라 북상한 뒤 수온 상승 등으로 제주를 떠나지 않은 것.
수중생태 변화에 따른 어족자원 변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명정구 한국해양원 해양생물자원연구부장은 “최근 제주 부근 바다에서 10여 종의 미기록종을 확인했지만 아직 학계에 보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에 민감한 샛별돔, 노랑자리돔, 살자리돔 등을 환경지표종으로 선정한 뒤 제주를 비롯해 거문도, 독도 등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으로 수온 상승과 수중 생태계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사를 해야 수중 변화 대응과 새로운 어족자원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