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女핸드볼 내일 中서 개막
선한 미소가 인상적인 고등학교 2학년 소녀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처음 핸드볼 공을 잡았을 때 ‘쿵쾅’거리는 심장의 울림을 듣고서 ‘이 길이 내 길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소녀였다. 어릴 때부터 핸드볼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왼쪽 무릎 퇴행성관절염이란 진단은 너무나 잔인했다.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이내 접었다. 핸드볼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설레는 마음이 다른 길로 새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한 달에 세 차례씩 연골 재생을 돕는 강화주사를 맞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체력 훈련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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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정지해(24) 얘기다. 정지해는 5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꿈에도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그동안 대표팀 예비 엔트리엔 자주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엔트리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임오경 오성옥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데다 왜소한 신체조건(168cm, 62kg)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한 이재용 대표팀 감독은 그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이 감독은 “지해는 순발력이 좋고 개인기가 뛰어난 데다 정신력도 강하다”며 믿음을 표시했다.
정지해는 “태극마크 달고 뛰는 걸 꿈에서도 그렸다”며 “부담은 되지만 다시 ‘우생순’ 신화를 창조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