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엄마를 부탁해’ 연극으로… 원작자 신경숙-연출 고석만 인터뷰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연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원작자 신경숙 씨(오른쪽)와 연극의 연출을 맡은 고석만 씨는 ‘모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변영욱 기자
서울역에서 실종된 엄마의 흔적과 가족들이 복기해 낸 기억이 퍼즐처럼 결합하며 잊혀져버린 엄마를 그려가는 소설이 연극으로는 어떻게 태어날까. 배우 정혜선 씨가 엄마 역을 맡았고, 딸 서이숙, 아들은 길용우, 남편으로 심양홍 씨가 출연한다.
원작자 신경숙연극 염두에 두고 집필엄마가 화자가 될 때어떻게 표현될지 궁금
신경숙=‘엄마를 부탁해’는 원래 연극 무대를 생각하면서 썼다. 딸, 아들, 남편이 한 사람씩 무대에 서서 자신과 엄마와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엄마를 복원해가는 형식이다.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니 기뻤고 또 그만큼 궁금하다.
첫 연극연출 고석만원작의 향기 살리며엄마-자식 간극서 나오는공허함 무대에 담고파
신=좋다.(웃음) 작가는 원작의 사용 여부를 두고 심사숙고하는 데서 그 역할이 끝난다. 장르가 달라지면 문법도 달라지니까. 다만 엄마를 주제로 한 지금까지의 연극에서 한 발짝 나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고=원작에서 너, 그, 나로 화자가 변하는 구성은 연극에도 도입해보려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관객을 울려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연극이 끝난 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잠시 시동을 걸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지게 만들고 싶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에 출연할 서이숙(딸), 정혜선(엄마), 길용우(아들) 씨.(왼쪽부터)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고=나는 여덟 살에 어머니를 잃었다. 건강 탓에 출산을 말리는 의사의 권고에도 나를 낳으셨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내게 눈물이었다. 환갑이 넘어 이 작품과 인연이 닿아 진정한 모성을 깨닫게 됐다.
신=엄마를 ‘내 엄마’로만 생각하면 이기적으로 보인다. 소설에서 엄마 ‘박소녀’는 넓은 사랑을 베푼다. 보육원에 매달 돈을 보내고 시동생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장면은 의도적인 설정이었다. 엄마가 화자로 등장하는 4장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고=그 후반부가 연출자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엄마가 처한 사회적 조건을 전반부에 장치해뒀고 후반부에서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회적 강요로 압박 받는 엄마, 그런 엄마로부터 배려를 받는 자식 사이 간극에서 생겨나는 공허함을 무대에 담고 싶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