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도 국가보다 최고 0.22ppt 높아… 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2만2000배반도체 생산 공정때 많이 사용한번 배출되면 3200년간 존속
충남 태안군 안면읍 안면도에 위치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는 최근 지난해 대기 구성 물질에 대한 분석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육불화황(SF6)’의 농도가 비슷한 위도의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측정된 것. 한반도의 지난해 12월 SF6 농도는 6.97ppt로 이탈리아, 미국 중부, 덴마크 등보다 0.14∼0.22ppt 높았다. 한 해 평균 증가량도 0.5ppt에 달해 0.3∼0.4ppt 수준인 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pt는 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다.
○ 육불화황, 시간 지날수록 영향 커
기상청이 육불화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기체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주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 육불화황의 양은 이산화탄소의 1% 미만으로 매우 적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지수(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1로 봤을 때 같은 양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보다 평균 2만2000배 높다. 한 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최대 3200년까지 남아 지구를 덥힌다. 이산화탄소의 수명은 200년 정도다. 게다가 육불화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온난화 기여도가 높아진다. 구태영 기후변화감시센터 연구사는 “배출된 지 20년 된 육불화황의 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1만6300배에 불과하지만 500년이 지나면 3만2600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양은 적지만 온난화지수나 수명을 감안하면 매우 강력한 온난화물질”이라고 말했다.
○ ‘더운 지구’ 앞당기는 무서운 기체들
대기 중에 포함된 농도가 적어 관심이 덜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물질은 육불화황뿐만이 아니다.
사불화탄소(CF₄)는 온난화지수가 7300 정도로 육불화황보다 작지만 수명은 10배가 넘는 5만 년 이상이다.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주로 발생하며 자연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사불화황의 약 50%는 자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물질의 발생량을 기록하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은 1997년 이후 이 기체의 증가량을 집계하지 않아 현재는 정확한 증감 정도를 알 수 없는 상태다.
1990년대까지 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 등에 사용되다가 지구온난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퇴출된 ‘프레온가스(CFC)’ 대신 최근 사용되는 물질은 수소불화탄소(HFC)다. 온난화지수는 프레온가스(1만6000배)에 비해 크게 낮은 400∼6000 수준이지만 양이 급속하게 늘어 문제다.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양이 13% 증가하는 동안 HFC는 최대 349% 늘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