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조지 G 슈피로 지음·전대호 옮김/376쪽·1만7500원·도솔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쥘 앙리 푸앵카레는 ‘밀폐된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곡선이 한 점으로 수축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원구(圓球)로 변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100여 년간 수많은 학자가 이 ‘추측’의 증명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필즈상 위원회는 “상을 수락만 하면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페렐만은 그마저 거절했다. 훗날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정도 정직한 사람들조차 부정직한 이들을 관용한다”고 했다. 몰락한 학계 윤리에 절망해 스스로 ‘수학자’로 불리길 거부한 것이다. 저자는 명예욕에 눈이 먼 학계에 던져진 이 세기적 연구 결과가 어떻게 표류하며 시달렸는지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