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부인”… 7년만에 6 대 3으로 결정 뒤집어
결혼을 구실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처벌하는 혼인빙자간음죄가 1953년 제정된 형법에 포함된 지 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결혼하겠다고 거짓으로 약속을 하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임모 씨(33) 등 남성 2명이 형법 304조(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2002년 10월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7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형법 조항에 위헌 결정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의 이날 결정으로 혼인빙자간음죄는 즉시 효력을 잃게 됐다. 또 형벌 관련 법규에 대한 위헌 결정은 이전에 처벌받은 것까지 소급해서 적용되기 때문에 1953년 이후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모두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한 사람은 형사보상금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혼인빙자간음죄로 기소된 사람은 25명이며 이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는 10명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강국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남성이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서 결혼하겠다고 속이는 행위는 헌법이 보호하는 사생활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가벌성이 있으며 법정형도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혼인빙자간음죄:
형법 제304조(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僞計)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