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가요계 키워드는 단연 '걸그룹'이었다.
연초부터 그룹 '소녀시대'가 형형색색의 스키니진을 입고 '지(Gee)'를 외치며 가요계를 평정하더니 곧이어 손담비가 '토요일 밤에'로 활동을 재기했다. 유이를 영입한 '애프터스쿨'이 '디바'로 기세를 이어갔으며 짧은 휴식을 끝낸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로 다시 가요계를 뒤흔들어놓았다.
올 한해 왕성한 활동을 펼친 걸그룹이 휴식기에 접어들자 보이그룹들이 속속 컴백하고 있다. 맨위부터 SS501 샤이니 2PM. 스포츠동아 DB
▶ '이 날만 기다렸다' SS501 샤이니 2PM 컴백
보이그룹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건 지난달 말. 1년 7개월 만에 그룹 SS501이 '러브 라이크 디스(Love Like This)'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것. 같은 날 샤이니도 '링딩동(Ring Ding Dong)'으로 컴백했다. 이어 2PM이 '하트비트(Heartbeat)'로 컴백함으로써 남성 아이돌 3강체제가 완성됐다.
신인 그룹도 빠질 수 없다. 우선 월드스타 '비'가 프로듀서해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은 5인조 엠블랙이 '오 예(Oh Yeah)'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멤버 이준은 영화 '닌자어쌔신'에서 비의 아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천둥과 미르는 2NE1의 산다라박, 탤런트 고은아의 남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6인조 비스트도 '배드걸(Bad Girl)'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비스트에는 유독 낯익은 멤버들이 많아 신인 같지 않다는 평. 이기광은 A.J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했고 용준형은 그룹 '씽'의 1기 멤버였다. 장현승은 '빅뱅' 최종멤버 선발에서 탈락했으며 윤두준은 2PM 2AM과 함께 Mnet '열혈남아'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 갑자기 쏟아지는 보이그룹들. 그 이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걸그룹 사이에서 가뭄에 콩 나듯 활동하던 보이그룹이 갑자기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비중 있는 걸그룹들이 휴지기에 들어가 보이그룹에게 무대를 내준 셈이 됐다. 연초부터 활발한 활동을 벌인 소녀시대는 몇 달째 휴식 중이다. 2009년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2NE1은 9월, '엉덩이춤'으로 '생계형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최고의 여성 아이돌로 우뚝 선 카라도 10월 활동을 중단했다. 그나마 브라운아이드걸스가 후속곡 '사인'으로 활동 중. 이 틈을 이용해 시선을 끌어보자며 보이그룹들이 하나 둘 나서고 있는 것이다.
'노출의 계절' 여름은 걸그룹이 활동하기 좋은 시기다. 올 여름 '소녀시대'는 핫팬츠(맨위) '카라'는 배꼽티(가운데)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이밖에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번갈아가며 출현한다는 주기설도 제기된다. 예전부터 걸그룹이 활동한 후 보이그룹, 보이그룹이 활동을 마칠 즈음엔 걸그룹이 컴백했다는 것. 보이그룹의 대거 등장은 과거의 패턴으로 볼 때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90년대 중반이 원조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꼽히는 'H.O.T'와 '젝스키스'의 전성시대였다면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원조 여성 아이돌그룹 'S.E.S'와 '핑클' 세상이었다. 이후 인기 바톤은 다시 남성 아이돌그룹 'god' '신화' '동방신기'에 넘어갔다. 이런 식의 주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걸그룹이 한창 활동을 벌인 만큼 이제는 보이그룹 차례라는 분석이다.
▶ '톱3'빠진 보이그룹 격돌, 최종 승자를 찾아라
인기 보이그룹들의 컴백과 신인 그룹의 데뷔가 이어지자 새로운 보이그룹 최강자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며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현재 가요계에서 최고의 남성 아이돌그룹으로 꼽히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의 국내 활동 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
동방신기는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멤버 3명이 소속사와 전속계약 분쟁을 벌이며 해체 위기에 처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강인은 폭행과 음주 뺑소니 혐의로 물의를 일으키며 "최소 연말까지 자숙 기간을 갖겠다"고 선언한 상태. 따라서 슈퍼주니어는 당분간 유닛 활동은 가능하지만 멤버 전체가 모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정은 빅뱅도 마찬가지다. 일본 활동에 집중하며 일년째 국내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빅뱅은 최근 일본에서 네 번째 싱글앨범 '코에오키카세떼(聲をきかせて)'를 발매했다. 또 내년 2월 일본에서 전국 3도시 5회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 당분간 콘서트 준비에 치중해야 한다. 일본에서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빅뱅은 그나마 국내에서는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계에서 따로 활동하며 팬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