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재건하려 조직원 상습 폭행에 집단신고“멋있어 보여 고교생 때 가입… 후회만 남아”
와해된 폭력조직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탈퇴하려는 하급조직원들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강제로 손가락을 자르게 한 조직폭력배 일당이 24일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증거물을 공개하며 장검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9월 24일 0시 반경. 충남 홍성군의 인적이 드문 전원주택에서 폭력조직 ‘홍성식구파’의 행동대장 한모 씨(33)가 폭력배 생활을 청산하려는 하급조직원 A 씨(25)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했다. 한 씨는 A 씨에게 흉기를 쥐여주며 왼손 새끼손가락을 스스로 자르라고 강요했다. ‘충성 맹세’의 의미였다. 목숨을 위협당한 A 씨는 흉기로 자신의 손가락을 내리쳤다.
A 씨는 고교 2학년이던 2002년경 홍성식구파에 가입했다.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 폭력조직은 2000년 말 20여 명 규모로 결성돼 도박장,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고 조직폭력을 일삼아 오다 2001년 두목 등 간부 8명이 구속되면서 조직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였다. 하지만 2007년 3월경 두목을 비롯한 홍성식구파 주모자들이 속속 출소했다. 홍성식구파가 조직을 재정비하던 중 일부 조직원의 이탈 움직임이 있자 행동대장 한 씨는 몸소 ‘조직의 기강을 세우겠다’며 자신의 왼손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이후 부하들에게도 충성의 맹세로 똑같은 방식의 신체 훼손을 요구하며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다. 조직을 떠나려는 하부조직원을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60대씩 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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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A 씨의 손가락을 훼손하고 구성원을 상습 폭행한 혐의(상해 및 폭행)로 행동대장 한 씨와 조직원 강모 씨(31) 등 7명을 구속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