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외곽 빈민지원단체 ‘마르타즈 테이블’ 가보니…흑인 등 10시30분부터 긴 줄자원봉사자 150여 명 분주자녀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둔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곽 14번가에 있는 비영리단체 ‘마르타즈 테이블’에 인근 사립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 하루 1200∼1500명에게 음식 나눠줘
다음 날 오전 10시 마르타즈 테이블의 부엌에는 20여 명의 ‘어린 손님’이 찾아왔다. 워싱턴 시내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미리 준비해 온 음식을 상자에 나눠 담았다. 이곳에서 보호받는 취학 전 아동들에게 나눠줄 점심식사다.
○ 빈민 자녀 교육에 앞장
워싱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시내의 화려한 경관과 달리 허름하기 짝이 없다. 1980년 이곳에 아동교육센터를 설립한 마르타즈 테이블은 아동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빈곤층 자녀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는 데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건물 1층엔 4개월부터 4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데이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 형편에 따라 하루 13센트에서 최고 8달러까지 받는다. 아동교육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앤 브룩오버 씨는 “아동의 65%는 흑인, 나머지 35%는 히스패닉”이라며 “대부분 인근 쇼 지역과 컬럼비아하이츠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10대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도 포함돼 있으며 일자리 때문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적지 않다.
지난주엔 건물 2층에 자체 도서관을 만들었다. 진열된 책은 대부분 외부에서 기증 받은 것이다. 8∼16세 학생을 대상으로 ‘애프터스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나온 교사의 도움을 받아 운영된다. 지난해 정부로부터 우수 애프터스쿨로 인정받았다. 고교를 졸업한 학생에겐 대학 진학을 지도하고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애프터스쿨의 사이먼 존슨 책임자는 “프리스쿨에서부터 애프터스쿨까지 이곳에서 공부하는 빈곤층 아이는 29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 자원봉사자들의 힘
마르타즈 테이블 건물 1층에 마련된 ‘알뜰 가게’에서는 워싱턴과 버지니아 주 인근 메릴랜드 주민이 기부한 옷가지를 팔고 있었다. 한 해 100만 달러어치의 옷이 이곳에 기부된다. 가게 문을 연 지는 5년이 됐다.
알뜰가게 운영 책임자인 잉거 애슐리 씨는 “6세 어린아이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해 1만여 명이 이곳에서 봉사한다”며 “종교단체와 기업체 직원 및 학생 등 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이 없었다면 빈곤 아동 교육사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年1만여명 자원봉사자와 힘합쳐 가난에 허덕이는 이웃 구해야죠” ▼
‘마르타즈 테이블’ 버스 사장
이어 버스 사장은 “이곳에 기부하는 사람들은 자기 돈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교육받도록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직업훈련을 받고 사회에 적응하는 준비기간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도 이 단체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그는 이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빈민 아동교육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9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동료 변호사들은 저를 걱정하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습니다.”
법대를 졸업한 그는 워싱턴의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K스트리트의 ‘깁슨 던 앤드 크러처’라는 유명 로펌의 변호사였다. 7년간 로펌에서 일하다 2000년 마르타즈 테이블의 경영을 맡았다. 버스 사장은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부 활동도 위축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빛이 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