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보다 먼저 단독정부 수립’ 기록 안남기려
인공기 제작 1년뒤인 1948년 9월 공식국기 제정
1948년 7월 북한이 태극기 대신 인공기를 게양하는 장면,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 등 1945년 광복 직후부터 1950년 6·25전쟁 직전까지 북한의 정치와 사회상을 보여주는 희귀 사진 1000여 점이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6·25전쟁 중 국군이 평양을 수복했을 때 정훈감이었던 고 이선근 박사가 수집한 앨범 3권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16일 공개했다. 이 박사는 이를 1978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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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사진은 1948년 7월 8일 김두봉 당시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인공기를 게양하는 장면. 인공기는 1947년 11월 김일성의 지시로 만든 뒤 1948년 9월 공식 북한 국기로 제정됐다. 이서행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1947년 인공기를 만들어놓고 1년 가까이 지나서야 국기로 제정한 것은 남한보다 먼저 단독정부를 수립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며 “이 사진은 이 같은 사실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일성이 북한 정권 수립 전 태극기가 걸린 회의장에서 주석단에 보고를 하는 사진도 나왔다.
남북연석회의 당시 김일성 김규식 등 남북 대표들이 성명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중요 기록물 중 하나다. 이 부원장은 “김규식 선생은 그동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으며 남북연석회의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진 속 서명 장면을 보면 남북연석회의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46년 11월 3일 북한지역 총선거의 선거벽보, 남한 단독선거 반대시위 등 현대사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사진도 함께 나왔다. 1948년 8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 선거 당일 북한 주민들이 모여 이를 축하하며 놀이패의 풍악을 즐기는 사진도 있다. 근처 담장의 깃대에는 인공기가 펄럭이고 그 아래에 스탈린과 김일성 당시 북한 수상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