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허망하게 떠난 日관광객
그런저런 이야기 속에 오후 늦게 트레킹을 마치고 단체로 어느 식당에 들어가자 벽면에 달아놓은 텔레비전에서 부산화재 참사의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았을 때 화면에 비친 것은 한자로 쓴 사격장(射擊場) 간판이었다. 불이 나서 일본인 관광객 7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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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풀어가는 화자는 재일교포 2세이고, 주인공은 사랑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유학 온 어린 여자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더 황폐해진 여자는 거의 죽음 직전에야 한국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말려도 다시 상처 속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한국에 먼저 죽은 애인의 영혼이 있고, 자신이 일본 땅에서 죽으면 두 사람은 나중에 영혼으로도 끝내 만날 수 없어서다. 왜냐면 나비는 바다를 건널 수 있어도 영혼은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주인공이 철저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작품을 읽고 ‘영혼은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는 말에 사로잡혀 언제 한번 이 작가에게 그 말이 실제 있는 말인지 아닌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곤 여태 묻지 못했다. 이번 부산 사고 소식을 듣고도 영혼은 바다를 건널 수 없다면 이분들의 영혼이야말로 억울하고 분통해서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든 것도 바로 그 작품의 여운 때문이었다.
이 참사 앞에, 이 땅에 처음 나들이를 왔다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영혼 앞에 한국의 작가인 내가 안전이며 시설규정이며 소방대책이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 영혼은 바다를 건널 수 없을까. 부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영혼이라도 불속에서처럼 뜨겁지 않고 힘들지 않고 외롭지 않고 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진연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세상 겪지말고 영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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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와 너무도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은 우리의 이웃 분들, 부디 두 나라 사이의 넓지도 않은 바다를 잘 건너 혼으로라도 가족 품에 무사히 돌아가시라. 부디 잘 돌아가셔서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그동안 다 받지 못한 위안 크게 받으시고, 뜨겁지도 서럽지도 않은 곳에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임을 안타까이 보낸 우리의 기억 속에 영면하시라. 부디 그곳에서는 이런 세상 겪지 마시고 편히 영생하시라.
이순원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