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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대강 예산·국정원 특수활동비 투명성 높여야

입력 | 2009-11-14 03:00:00


정부가 제출한 291조8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상임위별 심의가 시작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항목별 세부 예산명세서가 나올 때까지 국토해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키로 했다. 다음 달 2일까지인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기가 올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대강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오염된 주요 하천의 수질(水質) 개선과 치수(治水), 그리고 위축된 지방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민주당의 공세는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을 의식한 발목 잡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아마추어적 행태가 논란의 빌미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4대강 예산 3조5000억 원의 총액만 제시하고 세부 항목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 이시종 예결위 간사는 “국토해양부가 보내온 4대강 예산 부분에는 총액 한 줄만 나와 있는데 이걸 갖고 어떻게 예산심의를 하겠느냐”며 “총액만 정해놓고 세부내용을 급조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특위 위원장도 “4대강 예산자료가 부실하다는 견해에 나도 동감한다. 처음 자료를 제출했을 때는 달랑 총액만 갖고 왔다”며 “공구별로 세부내용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뒤늦게 자료를 내놨는데 그것조차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의 ‘묻지 마 예산’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각 부처에 나눠 숨겨놓는 오래된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민주당은 7개 정부부처 예산에 끼워 넣은 국정원의 내년 특수활동비 예산이 2678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도 매년 2000억 원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각 부처 예산에 분산 편성된 사실이 논란을 빚자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7개 부처에 있는 특수활동비는 각 부처가 활동을 위해 쓰면서 국정원과 협의를 하는 것이지 국정원이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의 업무특성상 특수활동비를 낱낱이 공개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점차 투명성을 높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의 적절성을 따지고 투명성을 높여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할 책무는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낭비되기 쉬운 예산일수록 꼼꼼하게 책정하고 알뜰하게 집행해야 나중에라도 후유증을 줄이고, 힘겹게 세금 내는 국민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