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 당시 한국군은 4000발 이상을 발사했고 북한 경비정이 구멍이 뚫린 채 예인됐다는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도 군 당국자는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라며 말을 아꼈다. 교전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요구해도 군 당국은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군의 피해 정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상 언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기자들의 사실 확인 요구가 거듭되자 군은 뒤늦게 “북한 경비정이 예인됐으며, 우리 군이 쏜 사격 발수는 40mm 함포 250여 발, 20mm 벌컨포 4700여 발이었다”고 일부 내용을 확인해 줬다. 이미 파악이 끝났음에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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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해까지 받아가며 교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정보 공개를 꺼리는 걸까. 청와대는 11일 서해 교전과 관련해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군의 소극적인 홍보는 이런 청와대 견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번 교전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는 자칫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고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군에 홍보 자제령을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군도 “값비싼 대가” 운운하며 보복을 위협하는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국지적 교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교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장병들의 공적은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평가해야 한다.
박민혁 정치부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