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들 환자 안정 돕는 다양한 서비스 도입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책을 읽기 힘든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원봉사자가 소아과 병동의 어린이 환자에게 오디오 북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이무형 병원장은 “알코올의존증은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마음도 함께 돌봐야 치료효과가 높다”며 “병원 의료진의 제안에 따라 ‘엄마를 부탁해’를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필독서로 선정하고 작가와의 만남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마음의 치료’를 위해 앞으로도 저자 초청 특강을 지속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약물과 수술 등의 치료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병원 간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진료 외적인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물론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책과 음악, 그림 등 문화의 향기가 병원을 채우면 환자의 심리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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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광동한방병원 1층에 마련된 북카페 내부. 책 1000여 권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장 앞에서 환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 제공 광동한방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책을 읽기 힘든 병원 입원환자들을 위해 오디오 북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병원 측은 9월부터 우선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등 3개 과 환자를 대상으로 MP3 플레이어나 CD 플레이어를 통해 책을 ‘듣는’ 오디오 북을 빌려주고 있다. 이 병원의 이풍렬 의학정보센터장은 “치료를 오래 받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쉽게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오디오 북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전 병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도 지난주부터 CD 플레이어 30대와 오디오 북 34권을 확보해 오디오 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예 북 카페를 병원 안에 설치한 곳도 있다. 서울 강남구 광동한방병원은 최근 1층 로비 한쪽에 10여 명이 동시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 카페 ‘수담(壽談)’을 열었다. 이 카페에는 1000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어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고를 수 있다. 한쪽에는 한의사들이 추천하는 한방 차가 준비돼 있어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 권모 씨(31·서울 강남구)는 “카페에 차 향기를 맡으며 앉아 있다 보면 병원에 왔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덜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입원실로 책을 직접 갖고 가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다. 관절척추전문 인천바로병원에서는 매일 100여 권의 책이 담긴 북 카트가 병실을 드나든다. 환자들은 병실에 편안히 앉아 원하는 책을 고르면 되는 것. 이철우 원장은 “오래 입원한 환자들이 대부분 TV를 보다가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의외로 책 대여 서비스에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 음악회는 장수 프로그램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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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초청강연-오디오북 대여
암강좌땐 클래식 음악회 열기도
서울아산병원은 매달 신관 로비에서 ‘사랑의 로비음악회’를,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사랑의 음악회’를 연다. 1996년부터 시작된 ‘사랑의 음악회’는 올해로 벌써 200회를 넘어선 장수 프로그램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할 때 음악회를 곁들인다. 암 강좌가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많은데, 음악을 같이 듣게 되면 환자와 보호자들의 정서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9월 ‘대장암 건강강좌’에서는 대장암에 대한 의료진들의 설명과 함께 서울시립교향악단 현악 4중주의 음악회가 열렸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