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축복 이인경,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인간의 하루는 24시간 단위로 구분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 수평으로 누워 있다가 수직으로 일어나 진종일 활동하고 밤이 되면 다시 수평으로 누워 잠을 잡니다. 수평과 수직을 날마다 되풀이하며 인생은 흘러갑니다. 그렇게 동일한 하루하루가 평생 지속됨으로써 인생 전체가 하루의 패턴을 얻게 됩니다. 아침에 태어나 수평으로 누워 있던 아이가 기고 걷는 걸 배워 해가 중천에 이르면 수직으로 활동하는 성인이 되고 황혼 무렵이 되면 인생에 지쳐 허리가 휘고 등이 굽게 됩니다. 그리하여 수명이 다하는 인생의 밤이 찾아오면 수평으로 누워 영면을 취하게 됩니다.
하루살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오직 현재만 즐기려는 즉흥적인 삶을 경계하고 지적할 때 그와 같은 비유를 자주 동원합니다. 하지만 허황한 욕망을 벗어던지고 바라볼 때 하루살이는 너무나도 명징한 인생살이의 교훈입니다. 천년만년 살듯이 탐욕에 시달리는 인생,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넘쳐 세상이 온통 쓰레기 천지가 되어가는 이유도 모두 불멸을 흉내 내는 인간의 헛된 욕망 때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그렇게 과도한 욕망에 시달리지는 않겠지요.
광고 로드중
하루살이 인생론을 지닌 그는 하루 안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터무니없는 기대를 키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진실이고 그것이 하루의 성패를 좌우하는 밑거름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하루를 온전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압니다. 하루의 시작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의 설렘과 흡사합니다. 하루라는 여백을 창조적 영감으로 채워 나감으로써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을 창조하는 예술가가 됩니다. 하루살이를 생각하며 알차고 충실한 하루하루를 살아야겠습니다.
작가 박상우